[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정부의 4대 부문(노동·공공·금융·교육)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한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 이미 성장과 고용 절벽에 처한 한국 경제가 체질 개선을 위한 '마지막 기회'인 구조개혁에 실패한다면, 1997년 외환위기·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글로벌 신용 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주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3에서 사상 최고인 Aa2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노동개혁 연내 입법 처리 등을 지체할 경우 다시 '하향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외신인도 상향에 따른 축포를 터뜨릴 시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22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과 관련, "구조개혁이 후퇴하면 신용등급을 다시 하향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이 통과되지 못해 국제사회에 구조개혁이 후퇴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경우 언제든지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최대 과제로 구조개혁을 꼽았고, 노동개혁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노동개혁 5대 입법 효과에 '직'을 걸기까지 했다. 박근혜 정부가 모두 나서 한국 경제 체질 개선의 바로미터인 '구조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건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상당한데다 이를 선거 논리에 이용하는 정치권의 구태로 구조개혁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다. 정치가 경제를 발목잡고 있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이들 법안의 처리가 무산돼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면 IMF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을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옴에 따라 정재계에서도 이들 법안의 처리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은 폐기 우려까지 나온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불가방침으로 여야 합의가 이루어져야 입법이 가능하지만 3주도 채 남지 않은 임시국회 기간 동안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법안인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과 함께 경제활성화 법안 등도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다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23일 원샷법에 대한 재심사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메트로신문과 통화에서 "경제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구조개혁은 필요하다"고 공감한 뒤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개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용을 보완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사회적 대타협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