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면서 보름밖에 남지 않은 임시국회 내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가 24일에도 접점의 물꼬를 트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개의 여부가 불투명한 28일 본회의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나온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달 말을 법안 통과의 적기로 여기고 있는 만큼 내주 본회의가 사실상 여야가 만나는 마지막 테이블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15일과 22일 예정했던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흘려버린 바 있어 본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한 채 문을 닫는 최악의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상임위 가동 합의했지만…불참·파행 '제자리'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상임위 가동에 합의한 지난 21일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여야가 뒤늦게 밀린 과제 처리에 나섰지만 쟁점 법안에 대한 입장차가 워낙 큰데다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의 논의를 위해 열린 법안소위에서도 여야는 원론 수준의 대화에서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본회의 통과가 쉬울 것으로 여겨졌던 250여 건의 무쟁점 법률안도 마지막 관문에 막혔다. 임시국회 소집 이후 두 차례 '상임위 가동' 합의가 공염불이 된 셈이다.
문제는 여야 할 것 없이 법안 통과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을 설득하지 않은 채 법안 통과의 당위성만 주장하며 정의화 국희의장의 직권상정만 바라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상 최대의 탈당·분당 사태 앞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논란이 가장 큰 노동법을 놓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22일 열었으나 여야 모두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날을 세웠다. 생산적인 토론은 커녕 주장만 난무했다
이 가운데 여야는 국회 공전을 놓고 네탓 논쟁에 열중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여야간의 어떤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국회의장 중재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후안무치한 모습에서 부끄러움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언론인터뷰에서 "여당은 야당 탓을 하는데 오히려 여당이 논의에 성실하게 임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여야, 총선에 집중…'협상동력↓'
물리적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연휴(25~26일)를 제외하면 본회의(12·28) 전까지 논의가 가능한 시간은 24일과 27일 이틀뿐이다. 상임위 논의가 파행을 거듭해 감정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총선을 겨냥해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 국회의원들의 부재로 진일보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인 셈이다.
여야 모두 총선에 집중하면서 쟁점 법안에 대한 협상 동력도 바닥이다. 특히 여야가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도 접점을 마련하지 못함에 따라 정 의장이 공언한 '연말 직권상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에서 "지금까지 선거법이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다"며 직권상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천명, 이를 기점으로 임시국회가 '개점휴업'을 넘어 '국회파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직권상정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거세져 쟁점법안의 연내처리는커녕 논의 자체도 불가능할거란 관측도 나온다.
연내 처리 불발은 쟁점 법안에 대한 직권 상정 불가방침을 고집한 정 의장에게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당장 당청으로부터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청와대는 정 의장이 선거구획정에 대해서만 직권상정을 하겠다고 밝히자 "국회의원 밥그릇만 챙긴다"며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장 해임 건의안'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의장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선거구획정과 쟁점법안에 대해선 여야 합의를 최대한 이끌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정 의장은 여야에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3+3 회동'을 제안, 24일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회동에서는 선거구획정과 함께 쟁점 법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여야가 몇 차례 회동에서 접점 찾기에 실패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 회동에서 극적인 합의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