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십세기폭스코리아
삶과 생존은 다르다. 생존이 없다면 삶은 불가능하다.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는 삶이 아닌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무엇이 우리를 살아남게 만드는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4000㎞를 걸었던 한 남자를 통해 영화는 생존의 의미를 질문한다.
영화는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무대로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실화를 그린다. 인디언과 결혼해 혼혈인 아들 호크를 둔 글래스는 동료들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회색곰의 공격을 받아 몸 곳곳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다. 심각한 부상 속에서도 글래스는 하나 뿐인 아들만을 생각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돈도 짐승의 가죽도 아닌 오직 아들의 존재다.
그러나 동료인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는 돈이 가장 중요하다. 돈을 벌기 위해 사냥한 짐승의 가죽을 인디언의 공격으로 모두 잃게 된 피츠제럴드는 오직 돈 때문에 글래스의 곁에 끝까지 남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저항하는 호크를 죽이고 글래스까지 산채로 땅속에 묻어버린다. 이 모든 진실을 홀로 지켜본 글래스는 다친 몸을 이끌고 피츠제럴드를 쫓는 힘든 여정에 나선다. 복수를 위해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글래스의 여정을 한 편의 시처럼 스크린 위에 그려나간다. 유려한 영상미는 전작 '버드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피가 난무하는 전투 신에서는 핸드헬드와 롱 테이크로 폭력의 풍경을 깊이 파고드는가 하면, 홀로 남은 글래스의 여정에서는 인물이 아닌 풍경에 포커스를 맞춰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만든다. 인간의 야만과 대비되는 자연의 평온함을 통해 영화는 서서히 생존의 의미를 찾아나간다.
복수로 출발한 글래스의 여정 또한 점점 생존을 위한 여정으로 바뀌어간다. 가진 것 하나 없는 글래스는 살아남기 위해 짐승을 사냥해 음식을 먹고 옷을 만들어 입는다.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 말의 내장을 꺼내고 그 안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글래스의 모습은 인간의 생존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온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바람은 뿌리가 단단한 나무를 못 쓰러트린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생존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그만큼 깊고도 두껍다.
어쩌면 생존은 이유가 필요한 게 아닐지 모른다. 인간의 본능이니까 말이다. 우리는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살아남으려고 하지 않는다. 복수로 출발한 영화는 "복수는 신의 일"이라는 대사와 함께 예상과는 다른 지점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스크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글래스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열연을 굳이 언급하는 것은 입만 아픈 일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1월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