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마당발'로 통하는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이 저축은행중앙회 신임 회장으로 돌아왔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연임이 유력했지만 지난해 말 자리를 내려 놓고, 은행을 떠난 지 1년 만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29일 서울 충무로2가 세종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이 전 행장을 17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단독 후보로 추천된 이 회장은 이날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어 무난히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 신임회장은 선출된 후 "저축은행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며 "저축은행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분명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데도,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 2012년 부실사태 후 구조조정된 저축은행들과 싸잡아 '부실은행'으로 바라보는 고객도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저축은행들도 패배의식을 버리고 고객들이 변화를 실감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신임회장은 중앙회장직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과거 우리금융지주 내에도 저축은행이 있었는데, 그때도 노력한 만큼 대우를 못 받아 안타까웠다"며 "변화하는 저축은행의 모습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고 금리 인하를 비롯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며 "규제를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차분히 생각해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신임회장은 금융지주 회장 출신이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취임한 첫 사례다.
시중은행장 출신으로는 두 번째로, 앞서 이상근 전 한미은행장이 1997년∼1999년 11대 회장을 역임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간이다.
이 신임회장은 1977년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을 거쳐 2011년 3월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으며, 2013년 6월에는 행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해 행장직을 겸임했다.
지난해 말 회장직에서 퇴임한 후에는 우리카드 비상근고문을 맡았다.
업계는 이같은 정통 은행맨 출신인 이 신임회장이 중앙회를 이끌며 시중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의 조율에서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회 측은 이 신임회장에 대해 "금융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안 과제를 해결하고 실추된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개선시킬 적임자"라며 "업체들도 반기는 분위기"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