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 못해 VS 교부세 삭감"…누리과정 보육대란 오나
내년 1월 25일 전까지 해결안 되면 교육비 전면중단 사태 발생
당정, 시·도교육감 정치적 의도 의심…법적 대응 시사
보육단체 "무상보육은 대통령 공약…국가가 책임 회피"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일부 지자체에 대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한다고 압박하는 등 갈등이 장기화 상태를 보이면서 보육대란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새해를 코앞에 둔 29일까지도 누리과정 예산의 부담 주체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 교육비 지원금이 매달 25일 지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3주 안에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서울, 경기 등을 중심으로 교육비가 끊기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시·도교육청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도입한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했다며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16년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총 4조원이다. 이 중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은 2조1000억원, 유치원은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정부는 3000억원을 지원, 나머지 1조8000억원은 지자체 부담이다. 중앙정부는 올해 역시 시·도교육청에 5000억원만 예비비로 지원하면서 나머지 1조원가량은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했다.
시·도의원들은 지자체 부담이 늘면서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한 학교에 대한 지원이 어려워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예산 편성을 거부한 곳은 전국 17개 시·도 중 7곳이며 나머지 10곳도 예산 상황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지원에 개월 수 차등을 뒀다.
반면 중앙정부는 시·도교육감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법적조치 등 강력한 제재를 경고했다. 실제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시·도 교육청과 의회는 2016년 누리과정 예산을 조속히 편성해 법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며 "교육부·기재부·행자부 등 관계 부처는 법적·행정적·재정적 조치를 통해 강력하게 대처해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미 압박 예고로 교부금 삭감을 거론한 상태다. 교육부 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료 정산에 따라 남거나 부족한 금액을 감안해 교부금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누리과정 예산을 거부한 교육청에 대한 교부금 삭감을 시사했다.
당정도 이날 국회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지자체를 상대로 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오전에는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일부 교육청과 시도 의회의 정치적 버티기가 영유아 학습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내년 교육재정 여건이 대폭 개선돼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 초 보육대란이 일어나면 명백히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정부가 예비비로 보육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보육 시민단체들도 중앙정부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보육정상화를 바라는 시민단체와 엄마아빠 일동'은 이날 오전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0∼5세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지만 중앙정부는 매년 예산 편성 시기만 되면 이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전가하는 등 책임을 회피해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