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와 국민을 가장 멍들게 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였을 것이다. 38명이 사망하고 186명이 앓았다. 그리고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 보건복지부가 초기에 잘못 대응하는 바람에 위로는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아래로는 국민들을 몹시 피곤하게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를 겨냥해 '무능정부'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급기야 교수들은 이같은 사태를 빗대 올해의 4자성어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로 인한 국정혼돈에서 겨우 벗어나려 할 때 일어났기에 메르스사태의 심리적 충격은 더욱 컸다. 아마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겪은 최대의 재난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에서 전염병이 침투하는 것을 초기에 제대로 막지 못했으니 그것은 인재(人災)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인재를 초래한 부처의 책임자가 다시 정부산하기관 수장을 맡으려 하고 있다. 메르스사태 부실대응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지원해 면접까지 치른 것이다. 문 전 장관은 말하자면 적의 공격으로부터 국경을 방어하지 못한 패장이다. 패장이 물러난 지 불과 4개월만에 다시 산하기관의 수장을 노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더욱이 메르스 사태 당시에 방역을 맡았던 공무원 10여명이 중징계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도 그 책임자였던 문 전 장관은 '금의환향'을 꿈꾸고 있다. 사물의 이치나 인정으로 볼 때 그의 '금의환향'에 대해 동의해줄 국민이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도 문 전장관의 임명반대 서명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경제는 메르스 사태로 인해 심각한 소비위축의 주름살을 겪었다. 그 주름살은 아직 완전히 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문 전 장관은 메르스 사태로 국가에 초래한 손실과 상처가 얼마나 크고 깊었는지 먼저 스스로 반성해 봤는지 묻고 싶다. 문 전장관은 지금 자숙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