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정책을 주도해온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김양건 비서는 오랫동안 북한에서 대외관계와 남북한 관계를 총괄해온 핵심인물이었다. 김정일 체제에서 국제부장과 대남비서를 하면서 대중국 외교는 물론 남북한 사이에서도 유력한 협상파트너로 역할을 해 왔다.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그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로 말미암아 빚어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충돌위기를 넘기는데 한몫했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해온 그의 사망으로 대화의 상대가 사라지고 남북한 관계는 공백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남북한은지난 11일 열린 당국회담에서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다음 회담의 날짜도 잡지 못했다. 그만큼 남북한 사이에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교적 말이 통하던 김양건 비서가 사라졌으니 남북한의 냉랭한 관계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남북한 사이에 긴장을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멈춰서는 안된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한 관계 개선 의지를 여러차례 피력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민간인 교류는 비교적 활발해져서 올 들어 북한은 방문한 우리 국민이 상당히 늘어났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조금만 더 마음을 열면 관계를 보다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다.
내년은 박근혜정부가 4년차를 맞는 해이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대외현안 가운데 하나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 28일 타결되었다. 이제 남은 큰 숙제는 남북한 관계이다. 그러므로 내년에는 남북한 관계 개선에 더욱 힘쓸 차례가 되었다. 비록 김양건이라는 유력한 대화상대자가 사라지져 당분간 공백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럴수록 대화를 위한 물심양면의 노력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30일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사망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잘한 일이다. 남북한 대화를 조속히 재개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새해에는 이같은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