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여권의 수성(守成)이냐, 야권의 탈환(奪還)이냐."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의 가늠자 역할을 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식물국회' 비난을 면치 못한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성적은 어떨까. 이번 총선은 현 체제의 유지와 탈피를 결정할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민주화를 넘어선 새로운 지평을 개척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대한민국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
◆대여다야(大與多野)…文·安 '승부수' vs 與 '혹시나'
이번 총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안철수 변수'로 달라진 총선 판의 성격이다. 지난달 안철수 의원이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을 탈당하면서 안철수 발(發) 정치지형 변화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 차기 대선후보로 여겨졌던 더민주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이 결국 이별을 택하면서 제1야당이 반쪽으로 갈렸다. 여의도가 거대 여당과 다수의 야당으로 그 성격이 바뀐 것이다.
선거 체제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조는 야권 필패라는 게 정치권의 불문율이었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안 의원 탈당 직후인 지난해 12월 14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남녀 800명·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포인트·응답률 25.4%)에서 '안철수 신당'을 가정, 3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내일 총선 투표를 한다면 어느 당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을 뽑겠다는 비율은 30.2%, 더민주는 23%, '안철수 신당'은 18.6%로 집계됐다.
제1야당의 분당사태로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집토끼(보수층)만 업고가면 승리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안 의원의 탈당 이후 정당지지율은 오히려 새누리당에서 크게 줄었다. 안 의원의 '합리적 개혁' 노선이 새누리당 지지세력 중 중도보수층의 이탈을 부른 셈이다. 야당의 분당이 야권은 물론 여권에도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무당층을 잡아라…'스윙보터'가 당락 결정
야권 분당이 여야 모두에게 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승패는 스윙보터(swing voter·이슈 등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달리하는 유권자)의 움직임에 달렸다. '안철수 신당'의 실체가 2월 초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 만큼, 이달이 여야가 경쟁자 없이 중간층을 사로잡을 유일한 기회다.
대통령 직선제를 일군 1987년 체제 이후 대선의 승부도 40대·수도권·무당층 등 스윙보터가 결정했다. 수도권 유권자 50.5%는 2002년 대선에서 야권의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지만 5년 뒤 이들의 52%가 여권 이명박 후보에게 던졌다. 무당층의 '유인책' 마련에 성공하는 정당이 승리의 깃발을 거머쥔다는 얘기다. 40대·무당층 등은 보수나 진보 등 낡은 이념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전략적으로 이동한다. 2017년 체제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정당에 표가 몰린다는 말이다.
여야의 중도·무당층 잡기는 이미 시작됐다. 더민주는 대중 인지도가 좋은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영입으로 스타마케팅의 서막을 알렸고, 새누리당은 정부 관료 출신의 명망가를 내세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안 의원도 중도층을 공략할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권심판이냐, 국정안정이냐…승자는?
20대 총선이 박근혜정부 집권 4년차에 치러지는 만큼 유권자는 '정권 심판'과 '국정 안정'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전망이다. 여당은 남은 임기 동안 경제 살리기와 경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안정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은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의 '불통'을 고리로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을 내걸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의 행보다. 야권이 경제·노동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식물국회에 대한 비판에 불을 지필 경우 민심의 향배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연장설이 도는 만큼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야권을 향한 정부와 여당의 맹공은 치명타다.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밀어붙이기식 노동개혁과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노동계와 교육계의 반발, 소통 없는 정부 중심의 위안부 타결로 인한 민심 악화는 여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유권자를 포섭하는 것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40 vs 5060'…선거 승부처는?
세대별 투표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030세대와 5060세대의 구도는 선거의 오랜 전통이다. 40대가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로 여겨진 까닭도 이 같은 구도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한국 사회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2040세대와 5060세대의 비율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대별 표 참여에 승부가 갈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부터 캐스팅 보트는 기존 40대에서 5060세대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통계청의 전체 유권자 구성비를 살펴본 결과 2012년 40%에 불과했던 5060세대(60대 이상 포함)는 올해 43.5%로 증가하는 반면 2030세대는 38.2%에서 36.2%로, 40대는 21.8%에서 20.3%로 각각 낮아진다. 2040세대가 모두 투표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투표율은 56.5%로 과반을 넘는다. 청년·중년 세대의 비율이 줄어들어도 선거에 미칠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18대 대선에서 박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50대(82.0%)와 60대 이상(80.9%)의 높은 참여가 당락을 갈랐다. 이때 20대 투표율은 68.5%로 가장 낮았으며 30대가 70.0%, 40대는 75.6%로 집계됐다. 50대와 60세 이상 유권자를 포섭할 유인책이 승리의 깃발을 거머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