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25)는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아직 시작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2003년 드라마 '반올림'의 아역 배우로 데뷔한 고아라에게 이 표현은 어딘가 어색하다. 그러나 겸손의 뜻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을 통해 배우로서 풍부해지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고아라가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조선마술사'를 선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첫 사극이면서 동시에 판타지 로맨스 장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모습도 많은 캐릭터였다. 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아라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조선마술사'로 향했다.
극중에서 고아라가 맡은 주인공 청명은 조선시대 비운의 공주다. '공주'라는 높은 지위에 있지만 알고보면 가족을 위해 청나라에 끌려가야 하는 안타까운 인물이다. 공주라는 이유로 우아한 모습만을 보여주지만 그 속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해맑은 소녀가 있다. "공주라고 하면 조신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하지만 청명은 그런 조신함 말고도 여러 가지 면모를 가진 친구라서 매력을 느꼈어요."
영화는 제목을 통해 '마술'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영화가 담고 있는 진짜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을 처음 느끼게 된 청춘의 풋풋한 로맨스다.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청나라를 향하던 청명은 잠시 머무르게 된 의주에서 마술사 환희를 만나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삶의 방향을 변화시키는 사랑의 힘, 영화는 그것이 진짜 마술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속에는 다소 낯간지러운 로맨스 장면도 등장한다.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고아라는 "사랑은 원래 유치하지 않냐"며 환하게 웃었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면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로망이 있나봐요(웃음). 주옥같은 대사도 많아서 청명의 마음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말랑말랑한' 로맨스, 그리고 시대적인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매 신마다 극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매번 다른 감정을 보여주기 위해 변화를 줬다. 그만큼 어려움이 많았지만 고아라는 "어려운 것을 표현하는 게 또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 즐거움은 현장에서 느낀 '끈끈함' 때문이기도 하다. "같이 고생을 하면 끈끈해지나 봐요. 밤샘 촬영도 많았고 극적인 감정 표현도 많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연기했어요. 남다른 경험이라 재미있었죠."
고아라하면 두 명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중학생 시절 출연한 '반올림'의 옥림이, 그리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이다. 두 작품을 통해 고아라는 밝고 소탈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모두 다 보여줬다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고아라가 스스로를 "아직 어리고 시작하는 단계"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지금 고아라가 꿈꾸는 것은 '다양한 도전'이다.
"더 넓고 깊어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소통과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 다양한 장르에서 표현을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