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설치선인 '피터 쉘터(Pieter Schelte)' 호가 시운전되고 있다.
[2016 혁신에 기업의 길을 묻다] 한국기업을 둘러싼 도전과 응전
한국 경제는 지금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고성장을 당연스럽게 여겨왔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장기적인 저성장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국내에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계부채, 청년 취업난 등 극복해야할 경제·사회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유럽의 장기 침체, 중국의 성장 둔화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말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여파로 올해 조선, 철강, 해운, 건설 등 수출주도형 산업은 정체할 것이란 전망과 구조조정 또한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저성장 시대를 떠안은 지금의 산업계는 시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변해야 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변화의 불씨를 이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기업들의 도전과 응전을 살펴본다.
위기는 어디서 오는가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올해 한국 경제는 저물가와 저성장 구조 장기화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저물가의 가장 큰 요인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동시에 위축됐기 때문이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가계 평균 소비성향은 2010년 77.5%에서 지난해 72.9%까지 하락했다. 금리가 낮아져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었음에도 누적된 가계부채 탓에 소비여력이 제약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들의 투자도 생산기지의 글로벌화와 맞물려 국내 투자는 계속 약화되고 있다.
◆위험 수위 넘어선 가계·기업 부채
가계부채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연일 지적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2015년 한 해 동안 100조원 이상 늘어 1200조원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문제는 민간소비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1.7%에서 올해 24.2%로 높아졌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5년 3분기말 현재 가계부채는 1166조원에 달한다. 3분기에만 34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말 1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월말 현재 480조원 규모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부풀어 오른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당장 문제가 되는 자금들이다.
기업부채도 만만치 않다. 올 3분기 민간기업의 핵심부채는 1318조8000억원이었다. 핵심부채란 기업 금융부채 중 채권, 대출금 및 정부융자를 합한 것을 말한다. 여기에 상거래신용 등 기타부채를 더하면 민간기업 총부채는 1998조4000억원으로 2000조원에 육박한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도 한국 가계와 기업 부채에 대해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 강도 높은 구조조정 예고
그 동안 4년 연속 지속되던 1조달러시대의 교역규모가 지난해 9000억달러시대로 위축된 가운데 국제유가 폭락으로 인한 대외 구매력이 떨어진 조선, 철강, 해운, 건설 등 수출주도형 산업군에 대한 강도 높은 산업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현황과 향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에는 이에 따른 해운 산업을 시작으로 석유화학, 철강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해운산업과 관련해 현재의 선대 구조로는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선사의 장기적인 존립을 위한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관합동으로 선박펀드를 만들어 나용선 방식(선장·선원이나 선박용품 등을 제외한 선박만 빌려주는 방식, BBC)으로 선박 신조를 지원할 방침이다.
조선업에 대해서도 채권단 주도로 진행중인 구조조정을 원안대로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을 필두로 STX조선, 성동조선, SPP조선, 대선조선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석유화학과 철강 업종에 대해서도 자발적 설비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책을마련키로했다.
◆美 금리인상·中 경기 둔화 등 불안한 대외여건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고, 신흥국과 산유국 경제불안,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증대하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국제 교역도 부진에 빠졌다. 이런 글로벌 경제 상황은 수출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제2의 IMF 사태'나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언급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제2의 IMF 상황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현재 경제 상황을 훨씬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