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년사 "위기와 변화의 시기, 미래 경쟁력 확보" 제시
어려운 경영환경 한 목소리…"안일하게 대처하면 생존 어렵다"
[메트로신문 정문경·오세성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4일 신년사 등을 통해 지속적 성장을 위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시무식에서 올해 경영방침으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대폭 확대해 자동차 산업의 기술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열린 2016년 시무식에서 정몽구 회장이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각국의 안전 및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고, 정보통신과 전자 기술이 융합한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또 올해 선보이는 친환경 전용차를 통해 글로벌 환경차 시장에서 판매 외연을 확대한다. 아울러 환경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미래 친환경 시장 리더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올해 자동차 산업은 기존 제조업체 간의 경쟁 심화와 함께 자동차의 전자화에 따른 산업 구조적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그룹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미래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자동차산업 기술 혁신 주도, 미래 기술개발 역량 획기적 강화, 친환경 경쟁 우위 기술력 확보 외에도 제네시스 브랜드 글로벌 고급차 시장 안착, 철강·건설 분야 등 그룹사 경쟁력 강화 등을 추진한다.
구본무 LG 회장은 그룹 시무식에서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근본적이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전자와 화학 등 주력 산업이 신흥국의 도전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상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혁신 기업들은 이전과 다른 사업 방식으로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자칫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역량을 철저히 분석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처럼 성장 가능성을 봤다면 자원을 집중해 과감히 치고 나가 남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패기를 통한 위기 극복과 사회적 가치 극대화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패기를 앞세운 실행력으로 한국기업들이 당면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와 고용이 가지는 영향이 협력업체를 포함한 사회 전체에 긍정적 형태로 나타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그룹 창업 아래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을 경신하는 성과를 거둔 것은 한마음 한 뜻으로 땀 흘려준 구성원 덕분"이라며 "올해 경영환경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무 LG 회장은 신년사로 "산업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근본적이고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그룹
포스코도 구조혁신을 강조했다. 권오준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6년 한해는 포스코 그룹 임직원 모두가 사업구조, 비용구조, 수익구조, 의식구조 등 기존의 틀을 깨는 '구조혁신 가속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고객 니즈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대응하여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을 부단히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를 담금질의 시간으로 여기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시장변화에 대응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키자"며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 시스템 경쟁력 강화, 소통을 통한 신뢰경영을 제시했다. 김 회장의 방침에 따라 한화그룹은 방산유화 산업의 시너지 강화와 목표 지향적 문화 전파, 커뮤니케이션 강화에 나선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모든 어려움과 위험요소들을 우리 힘으로 극복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 방식으로는 어렵다"며 "생각의 변화, 행동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원점에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6년 SK신년회에서 최태원 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의 화두로 '행복'을 제시했다. 항공수송의 참 의미가 여행과 만남, 물품의 전달을 통해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조 회장은 "'고객 우선, 고객 중심' 서비스 제공과 '안전'이란 기본가치를 토대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정적인 수익 창출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효성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자본도 기술도 없는 황무지에서 사명감과 도전으로 글로벌 기업을 만들었다"며 '백년기업'으로의 성장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역량이 아직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경영효율 극대화와 역량을 강화를 주문했다. 효성은 이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강화로 자율경영 정착을 꾀할 예정이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따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부친이 와병중이어서다. 대신 4~5일 이틀 간 각 계열사들을 돌며 간담회를 갖고 있다.
/정문경·오세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