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11개사가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됐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워크아웃 대상 기업은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급증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 내기 어려운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신속하고 원활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 1일을 기해 효력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자율협약'이란 형태로 대안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과 금융관련 협회 실무자들이 4일 회의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 마련을 위한 실무논의에 착수한 것이다. 자율협약을 이달 말까지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부도유예협약을 비롯해 부실기업 처리에 관한 자율협약을 이미 몇차례 만들어 시행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자율협약은 어렵지 않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자율협약은 근본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때문에 일부 금융사들이 제 몫만 챙기려고 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이로 인한 차질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자율협약을 체결할 때 제2금융권도 참여시킬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도 자율협약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율협약을 뒷받침할 새로운 법적근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과거 기촉법에 의거해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부작용이 없었는지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부실경영 책임자들이 채권단과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고는 경영권을 다시 잡는 일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원활한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혹시라도 도덕적 해이는 막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안팎으로 처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그러므로 보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새로운 법적장치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국회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