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다이노'의 김재형 애니메이터./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오는 7일 개봉하는 픽사 스튜디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는 픽사 작품 최초로 아시아계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피터 손 감독과 함께 영화에 참여한 한국인이 있다. 바로 김재형 애니메이터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의사라는 안정적인 직업 대신 애니메이터의 길을 선택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영화를 좋아한 아버지와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그는 오래 전부터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가져왔다. 1995년 픽사의 시작을 알린 '토이 스토리'가 그 계기였다. 의대를 나와 의사로 일하던 그는 "좋아서 선택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을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애니메이터에 도전했다. 2006년 픽사에 입사해 '라따뚜이'를 시작으로 모든 픽사 작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해 왔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터는 그림으로 그린 캐릭터에게 연기를 시키는 분야"라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고 표정을 짓는지를 연구하고 표현하는 것이 그가 픽사에서 하는 일이다.
영화 '굿 다이노'./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굿 다이노'는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지 않아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공룡 알로와 인간 아이 스팟의 모험을 그리는 작품이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말없이 감정을 주고 받는 알로와 스팟의 관계를 공감가게 그리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운석이 지구를 비껴나가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재미있었죠. 하지만 캐릭터들이 대사 없이 감정을 주고받는 걸 표현해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막상 작업할 때는 둘의 관계가 어떻게 나올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작업을 통해 캐릭터들이 살아나는 걸 보면서 재미를 느꼈습니다."
픽사 스튜디오에는 김재형 애니메이터 외에도 20~30명 가량의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도 많은 한국인이 스태프로 일하고 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한국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로 "성실함과 창의성"을 꼽았다. 이어 "젊은 세대는 창의적인 것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오픈 마인드로 교육을 시키는 부모 세대의 변화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꿈을 향한 쉽지 않은 선택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실패와 후회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때문이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전날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시행착오도 쌓이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며 "어떤 일이든 도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니메이터라는 꿈을 이룬 만큼 감독이라는 더 큰 꿈을 꿀 법도 하다. 그러나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할 게 많다"며 "지금은 많은 걸 배워서 더 잘하는 애니메이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영화 '굿 다이노'의 김재형 애니메이터./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