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택배가 파손된채 배송된 택배물품에 대한 배상을 택배기사에게 떠넘겨 빈축을 사고 있다. 사진은 실제 배달된 파손된 컴퓨터.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컴퓨터 수리업체를 하는 권모씨(38·남)는 지난달 부산의 고객에게 로젠택배를 이용해 조립컴퓨터를 배송했다. 이 과정에서 권씨는 제품이 파손됐다는 이유로 고객에게 항의를 받았다. 권씨는 포장에 문제가 없는 만큼 로젠택배측에 해당 물품에 대한 배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제품에 대한 배상 책임은 본사가 아닌 지입기사의 몫으로 돌아갔다.
#.풀무원 지입기사들은 100일 넘게 운송거부 농성을 진행중이다. 이들의 파업 이유는 '도색유지서약서'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색유지서약서에는 차량에 있는 풀무원 로고를 지우고 '백색'으로 새로 도색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입차량의 경우 특정 브랜드 로고가 도색된 경우 매매 가격이 올라간다. 백색 도색은 사실상 지입차주들의 차량 가치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입기사에 대한 택배사의 갑(甲)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파손된 채 배송된 제품의 변상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화물연대 등 노동조합에 가입할 경우 보복조치도 빈번하다. 물류(택배)회사와 지입차량은 계약형태는 전형적인 갑(甲)과 을(乙)의 관계다. 을인 지입기사는 재계약을 못할 경우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 지입기사는 택배회사에서 물량을 받아 배송한 후 수수료를 받는다. 화물운송사업자에 관한 법률에서 택배 회사가 보유 차량을 늘리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택배회사는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지입차주들과 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지입기사들은 차량을 소유한 개인사업자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택배회사의 지입기사에 대한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택배 피해 건수 가운데 세건 중 한건의 배상 책임이 택배기사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택배관련 소비자피해 건수는 총 560건이다. 이중 '물품 파손·분실'이 77.3%를 차지했다. 이중 택배회사가 배상한 것은 67%였고 33%는 지입기사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배상책임을 회피했다. 대기업 택배사는 자체 배상 비중이 높지만 중견·중소 택배사는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지입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비중이 높았다.
한 지입기사는 "과거 대기업 A사에서 지입기사로 일할 때는 기사가 물품을 넘겨받은 후 분실하는 등 명백한 기사 책임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상요구가 없었다"며 "그러나 B사로 옮겨 온 지 2년여만에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배상을 요구받은 것만 세차례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불법파업으로 규정된 풀무원과 지입기사들의 갈등도 결국 불공정 계약조건이 주 원인이다. 풀무원 계열 엑소후레쉬물류의 화물운송 위탁업체 소속 지입차주들이 '도색유지 서약서' 폐기를 주장하며 운송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배송사고에 대한 부분에서도 지입기사들은 억울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택배회사들은 운송표준 약관에 변상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이 중 분실과 훼손, 연착에 대한 책임은 사업자에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상당수 택배사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입기사에게 떠넘기기 일쑤다.
로젠택배 역시 이같은 약관이 있음에도 배송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결국 로젠택배는 파손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기 전에 지입기사가 30만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해 택배사는 물론 피해자에게도 빈축을 사고 있다.
지입기사들은 택배물품의 파손은 대부분 물류센터의 분류과정에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입기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하고 울며겨자먹기로 배송책임을 떠안는 이유는 회사의 보복행위를 두려워해서다. 회사에 항의할 경우 배송지역 변경이나 배송 건수 축소 등은 물론 재계약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지입기사들의 하루 배송건수는 평균 150~200건으로 1건당 700~8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150건을 배송하는 기사가 800원의 수수료를 받을 경우 하루 일당은 7만~8만원 수준이다. 배상 책임을 질 경우 하루에서 한달치 벌이를 그대로 내놔야하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 주요 택배회사 가운데 소비자 피해 접수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동택배로 운송물품 1000만개당 피해접수 건수가 10.45건에 달했다. 이어 KGB택배(6.12건), KG로지스(2.28건), 로젠택배(1.90건) 등의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