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인터넷 게시판에 떠돌던 '대륙 시리즈'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륙 시리즈에는 정말 기상천외한 중국의 일상들이 카메라에 포착돼 있었다. 우리보다 형편이 못했던 중국의 일상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지만 일부는 상식을 파괴할 정도로 기발한 모습도 있었다.
대륙의 곰인형이나 대륙의 샌드백, 대륙의 전자계산기 등은 겉만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 속은 형편 없는 저질 중국산 제품을 풍자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당시에는 화학물질로 계란을 만들고, 물보다 싼 와인을 판매하던 업자들이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는 등의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왔다.
그렇지만 대륙 시리즈 가운데 '대륙의 람보르기니' 같은 것는 '중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무한한 상상력에 스케일도 크고 모방의 대상도 가리지 않는 그들의 과감한 도전정신에 대해선 칭찬을 넘어서 섬뜩함마저 느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섬뜩함이 몇년 뒤 현실로 다가 왔다. 대륙 시리즈가 아니라 '대륙의 실수'라며 샤오미를 필두로 알리바바, 완다그룹 등이 전세계적를 상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로 불린다. 기존 관념으로 볼 때 중국업체들은 짝퉁이나 불량품을 만들어야 정상인데 실수로 물건을 '제대로' 만들었다며 붙인 별명이다. 실제로 샤오미가 처음 스마트폰을 발표했을 당시, 대다수의 사람들이 '중국업체'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외관은 그럴싸하지만 속은 짝퉁에 불량부품 일색일 것'이란 예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샤오미는 이런 고정관념을 산산조각냈다. 우수한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을 앞세워 설립 4년 만인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레노버에 이은 3대 업체로 급부상했다. 샤오미의 성공비결은 조금 독특하다. 창업 초기에는 철저하게 애플을 모방했다.
그런데 단순히 '제품'을 베낀 게 아니었다. 샤오미는 애플의 '플랫폼'이나 '생태계'를 베낀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회사가 아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미1'이 샤오미의 존재감을 알린 건 맞지만 샤오미는 '미유아이(MiUI)'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IT 생태계를 구축하는 업체다.
샤오미의 최고경영자(CEO)인 레이 쥔 역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제품발표회 때 "나는 프로그래머로서 가장 빠른 스마트폰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샤오미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철저한 '아웃소싱'이다. 샤오미에는 '미펀(Mi Fen)'이란 게 있다. 쉽게 말해 샤오미의 광팬들이다. 샤오미는 약 900만명에 달하는 미펀들과 지속적인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을 온라인망으로 연결해 값싸고 질좋은 부품들을 대량 구매해 완성품의 단가를 철저하게 낮춘다. 샤오미가 판매하는 스마트폰용 휴대형 배터리나 전기자전거 등이 기존 업체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비결도 아웃소싱에 있다.
그런 샤오미가 스마트폰 강국인 한국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한 온라인쇼핑 업체가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휴를 맺고 '홍미노트3'를 신규가입 또는 번호이동 조건으로 6만9000~11만9000원에 판매하려다가 국내 제조사들의 입장을 고려해 중단하긴 했지만 샤오미의 한국진출은 시간문제다. 대륙시리즈로 비웃음을 샀다가 대륙의 실수가 아닌 '대륙의 진짜 모습'을 보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윤휘종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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