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조선업 침체 한파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적자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치로 글로벌 경기 악화와 해양플랜트에서의 대규모 손실 등에 기인했다. 특히 조선업의 장기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한진중공업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한진중공업은 7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주채권은행 한국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한진중공업은 "경기부진 등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채권은행 등의 관리절차(워크아웃)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업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금융권이 조선업체에 대한 기존 대출 회수와 신규 대출 축소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2000억원 안팎의 운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돼 자율협약을 신청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곧 채권단 협의회에 안건을 올려 자율협약을 개시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의 동의가 있어야 돌입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의 금융권 채무는 약 1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1조4000억원가량이 제1금융권의 채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5000억원 안팎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2100억원), 농협은행(1800억원), 우리은행(1500억원) 등의 순서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그동안 자산매각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을 이행했다. 지난해 말 인천시 서구 원창동 토지를 1389억원에 매각했으며, 2014년 6월에는 서울 남영동 사옥과 부산 중앙동 R&D 센터를 1497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주력업종인 조선업과 건설업 시황 악화, 보유 부동산 매각 지연으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율협약 신청을 공시함에 따라 한진중공업의 주권은 이날 오전 10시23분까지 거래가 일시 정지됐다.
그러나 한진중공업뿐만아니라 지난해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조선업 전체의 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지난해 중국에 수주실적 1위 자리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7일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연간 수주실적은 중국이 1025만CGT, 우리나라가 1015만CGT, 일본이 914만CGT였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지난해 1~11월 누계 수주실적에서 1004만CGT로 중국(925만CGT)을 앞서고 있었지만 결국 추월당했다. 12월에 우리나라가 11만CGT를 수주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100만CGT를 수주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국은 2012년부터 4년 연속 수주실적 1위 자리에 올랐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수주량이 2014년 당시 963만CGT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시장점유율은 2014년 21.6%보다 5.5%포인트 오른 27.1%를 기록했다. 일본의 선전은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증가와 자국 선사의 발주 증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에서의 공격적인 수주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한·중·일 3국의 시장점유율은 ▲중국 30.3% ▲우리나라 30.0% ▲일본 27.1%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전반적으로 신규 수주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셰일가스 붐으로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에코십 투자 부진, 해양플랜트 침체 장기화 등으로 전반적인 수주 여건은 올해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