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한화테크윈이 신비전 선포식을 갖고 '글로벌 항공방산 및 첨단장비 솔루션 리더'라는 새 비전과 '2025년까지 연간 매출 10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화테크윈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지난해 삼성그룹을 떠난 계열사들이 각자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방산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한화테크윈이다. 한화테크윈은 지난 5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4%를 매각했다. 이전까지 한화테크윈은 항공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KAI를 인수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시장의 충격은 컸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6월 한화그룹 계열사가 된 후 '글로벌 항공방산 및 첨단장비 솔루션 리더'라는 비전을 발표하고 방산과 민수 사업을 분리해 독립 경영 체제로 재편했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이사회에서 보안사업 등이 포함된 민수 부문은 기존 김철교 대표가, 항공 엔진 등 방산 부문은 신현우 대표가 경영하는 안을 확정했다.
신 대표는 방산기업인 ㈜한화에서 방산분야 사업 전략 수립과 연구개발을 주도한 방산 전문 경영인이다. 기존 CCTV 보안 사업과 산업용 회로기판 조립 장비인 칩마운터 부문(2000여명)은 민수 부문으로, 엔진 부문과 특수 방산 부분 2300여명은 방산(PDS) 부문로 재편됐다. 기존 재무, 노사, 홍보, 법무 등의 업무는 단일부서로 구성돼 민수와 방산 부문을 지원한다.
인수 당시 노조의 강한 반발이 있었지만 한화그룹이 고용승계와 기존 처우보장을 약속하고 1인당 40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며 일단락됐다.
한화테크윈 방산부문은 지난해에만 제너럴일렉트릭(GE), 플랫 앤드 휘트니(P&W)에 항공기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70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항공방산사업 확장을 위해 KAI를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한화테크윈은 KAI 지분 매각이 차세대 항공기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에 참여할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그룹의 지원으로 민수와 방산 부문을 분리해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2796억원을 엔진 부품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자산 1141억원과 지난해 말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4418억원을 더해 한화테크윈은 80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게 됐다.
이전까지 국내 방산시장에 집중했던 한화테크윈은 그룹의 지원으로 향후 국가 맞춤형 전략으로 해외 수출 확대도 꾀할 전망이다. 방산업계는 한화테크윈이 올해 만기가 다가오는 차입금 2500억원을 상환한 후 해외 항공엔진 업체와 M&A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룹사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프랑스의 탈레스인터내셔널이 보유한 한화탈레스 지분 50%(3000억원 규모) 매각에 참여한다는 선택도 가능하다. 한화탈레스는 정찰, 지휘통신 등 방산 시스템 전문 업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방산과 유화부문은 규모의 경쟁력을 넘어 실질적인 시너지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며 방산 사업에 대한 애정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