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7월 일본에서 귀국한 뒤 첫 현장 방문지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 방문해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다. 이 공장은 ABS 수지의 원료인 부타디엔 고무(BD)와 스타이렌모노머(SM)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롯데그룹의 품에 안긴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들도 사업다각화와 고도화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신동빈 회장의 제안으로 삼성그룹의 화학 부문 계열사를 인수한 바 있다.
인수 발표가 난지 두 달 가량 지난 현재,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부문은 롯데그룹의 실사를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석유화학 부문을 유통, 서비스에 이어 롯데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1990년 신 회장이 한국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구 호남석유화학)이어서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후문이다.
인수 대상인 삼성SDI 케미칼 부문은 분할 이사회를 통해 다음 달 신규 법인 설립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달 25일 주주총회에서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매각이 최종 결정되면 2월 1일 SDI케미칼(가칭)이 분할돼 보통주 1000만주를 발행한다. 신규 법인은 지분 중 90%를 롯데케미칼에 매도하고 10%는 삼성이 보유한다. 향후 삼성과 롯데그룹의 전략적 유대를 위한 장치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통합 과정 등 어려움은 겪을 수 있지만 사업 다각화와 원재료의 고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롯데그룹의 성장동력 확보란 가치가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은 인수 결정이 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현재 실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다"며 "아직 사명도 변경하지 않았으니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인수 상황에 대해 삼성BP화학 관계자는 "언론에서는 실사 단계라고 하던데 우리는 아직 진척된 것이 없다"며 "실사를 진행하고 롯데그룹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면 어떤 부분에서 시너지를 낼지 정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롯데케미칼은 한 번에 3개 회사를 인수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를 지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의 시선을 의식해 서두르다가 놓치는 부분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롯데 측 관계자는 "아직 인수 확인 과정에 있고 올해 상반기 인수가 완료되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롯데케미칼이 갖추지 못했던 고부가 합성수지(ABS),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건축 섬유 등에 널리 쓰이는 염소·셀룰로스 화학 제품,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초산비닐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아직 실사가 완료되지 않아 결정된 사안은 없지만 3사에 대한 고용과 연봉 수준은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수로 롯데그룹은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를 확보하며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종합화학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예전에는 에틸렌 등 범용 화학제품에 머물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메셀로스·70%)을 보유한 정밀화학 부문을 인수해 종합화학회사의 구색을 갖춘 것이다. 특히 ABS 수지의 경우 롯데케미칼이 그 원료인 부타디엔 고무(BD)와 스타이렌모노머(SM)를 생산하고 있다. BD와 SM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ABS 수지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향후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그룹의 화학부문 매출도 2014년 기준 15조원 규모에서 20조원 규모로 늘어나 국내 1위로 올라선다. 같은 해 국내 1위 석유화학사인 LG화학의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17조원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