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멜론 인수, 1조1200억원 현금 조달 계획 '물음표'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카카오가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8742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관심이 인수자금 조달 방법에 쏠리고 있다. 카카오는 2월 29일 인수대금을 모두 지급할 예정이다.
카카오가 이번 인수로 로엔의 대주주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와 SK플래닛에 지급해야 하는 인수 대금은 75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제외한 현금 1조1200억원이다.
12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7500억원 이상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둔 상태다. 하지만 이를 모두 인수대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 올해 카카오는 신규 O2O 서비스 '카카오대리'를 출시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 인가를 받으면서 투자를 진행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대금 지급에 필요한 현금을 금융대출과 제3자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금융대출의 경우 인수를 전제로 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투자유치의 경우 카카오가 이번 인수로 확보한 로엔의 일부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나태열 연구원은 "카카오의 별도기준 보유 현금은 약 60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되며, 이미 발행한 회사채 2000억원에 추가로 7000억원 가량의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재무 부담이 큰 편이지만 채무 상환능력은 드라이버 등의 신규 사업 출시를 통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1boon·카카오TV·채널 등 신규 서비스에 미치는 중장기 시너지효과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1조8700억원이라는 인수 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5000억원에 SK텔레콤에 인수될 예정인 CJ헬로비전과 비교해 봤을 때 턱 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의 주가는 1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왔다는 점에서 로엔과 직접 비교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로엔의 주가는 7만원대 후반이며 로엔은 수년간 20%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면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멜론이 국내 음원 시장에서 60%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유나 소속가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음원,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이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업 제휴를 통해서도 현재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만한 금액을 들여 인수할 가치가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로엔의 주가 7만8000원을 기준으로 2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인수 금액을 책정한 것"이라며 "통상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경우 50% 이상 프리미엄을 붙이는 관례에 비교해 봤을 때 합리적인 딜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