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올해 급락을 거듭하며 배럴당 30달러 붕괴가 우려된다.
[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며 배럴당 30달러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가 받는 저유가의 영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5.3% 폭락해 배럴당 31.41달러로 마감됐다. 장 마감 이후 장외거래에서는 배럴당 30.75달러까지 떨어지며 낙폭이 커지고 있다. WTI의 가격은 장 마감 기준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15.2% 떨어졌다. 이는 2003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30.79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말 대비 15% 이상 떨어졌다.
공급과잉과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추가 금리인상 예고, 예상을 밑도는 중국 경제 성장 등의 요인으로 국제 유가 하락세는 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구겐하임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글로벌 금융기관 모건스텐리는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경우도 있다. 현재 캐나다산 중질유는 배럴당 16.3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캐나다산 원유는 품질이 낮은 중질유에 속해 다양한 유종 가운데 가장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국내 기업들이 받는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조선업계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 유전 개발의 필요성이 낮아지기에 해상플랜트 발주가 줄어든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4건의 원유시추선 계약이 취소된 바 있다. 12월에는 조선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PG) 수송선 1척을 수주한 것이 유일한 실적이다.
건설업계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8일 해외건설협회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0억 달러에 비해 7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발전소, 정유시설 등 산업설비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234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중동지역 경제 침체로 인한 것이어서 저유가가 심화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해 필요한 유가 수준이 배럴당 103달러다. 사우디는 저유가가 지속되자 모든 산유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이미 진행한 프로젝트의 대금 지급을 6개월 이상 지연하기도 했다.
저유가가 지속 심화되며 다른 업계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철강협회 홍정의 팀장은 "국제 유가가 철강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철광석 가격의 하락과 건설·조선업계의 부진으로 악영향을 입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국제유가에 따라 석유 제품 가격이 낮아지며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이투자증권 김진명 애널리스트는 "단순한 유가하락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도 "현재의 저유가는 과잉공급이 지속되며 수요를 감소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며 세계 경제 불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저유가는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원자재 애널리스트인 클리퍼데이타의 매튜 스미스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조정을 거쳐 올 12월에는 배럴당 40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2020년이 되어야 50달러 수준을 회복하고 이후 장기간 정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