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9ㆍ15 노사정 대타협이 파탄났다"고 선언했다.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이다. 정부와 노동계 및 경영자단체가 힘겨운 논의과정을 거쳐서 만든 합의안이었다. 비록 민주노총이 빠지기는 했지만, 대화와 타협을 소중히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돋보이는 성과물 가운데 하나이다. 대타협 파기의 빌미는 정부가 마련해 주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지침이 나오자 정부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노동계가 반발했다. 대타협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에서도 지침 철회요구가 거세지더니 결국 파기 결정에 이르렀다. 반면 고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5대입법과 양대 지침 등 대타협의 후속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앞으로 노동계와 정부의 대립각이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다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남북한 관계 악화로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터에 악재 하나가 추가된 셈이다. 한국노총은 앞으로 민주노총과 연대해 파업을 확대하고 오는 4월 실시될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후보 낙선운동까지 벌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당장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노동관계법 개정작업도 새로운 암초를 만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정부와 노동계의 극한 대립으로 사회적인 갈등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정부와 노동계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차분하게 돌아보고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노동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 추진해 온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노동계도 정부가 현재의 경제여건을 감안해 정부가 내놓은 여러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다행히 한국노총은 내부에서 제기된 온건론을 수용해 최종적인 파기선언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오는 19일까지 유보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정부와 노동계는 다시 열린 자세로 대화하면서 파국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