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오세성 기자] 저유가에 긴장했던 정유업체들이 높은 정제마진으로 실적 개선을 이룰 전망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끝없는 국제 유가 하락으로 재고손실을 우려하던 국내 정유 4사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1조5000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일일 평균 250만 배럴을 정제한다. 이러한 정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6500만 배럴 정도의 재고를 보유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떨어지면 6500만 달러(78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내 원유 수요의 80%를 충당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 14일 배럴당 35.33달러에서 27.33달러로 한 달 동안 8달러가 떨어졌다. 단순 산술할 경우 국내 정유 4사는 지난 한 달 62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분쟁,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하락을 거듭하고 있어 정유업체의 재고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유업계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다. 정제마진의 개선으로 큰 이익을 본 것이 원인이다.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3·4분기까지 4조50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데 이어 4·4분기 1조원의 추가 이익을 낸 것으로 관측됐다. 정제마진이란 1배럴의 원유를 다양한 석유제품으로 가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의미한다. 국내 정유업체는 정제마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싱가포르 시장의 평균을 추정해 적용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의 경우 배럴당 4~5달러의 정제마진을 넘어야 수익을 낸 것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1달러 상승하면 일일 정제량이 250만 배럴이기에 하루 250만 달러(30억원)의 이익을 보는 셈이다.
에너지경제연구소 이달석 선임연구원은 "저유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증가했고 정제설비 증설이 둔화돼 정제마진이 높아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정유업체가 매입하는 두바이유는 다른 유종에 비해 가격하락이 컸던 것도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12월의 싱가포르 시장의 정제마진은 8달러대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정유기업 쉘의 설비 정기보수, 중국의 석탄화학설비 증설 중단, 일본의 나프타크래커 시설 폐쇄 등도 긍정적인 요인이었다.
이 연구원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수요 증가폭이 감소할 수 있다"며 "장기간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재고 관리의 효율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정유업계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