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업체들 간의 싸움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전국 케이블TV방송사(SO)들의 모임인 SO협의회는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5일 오후부터 일부 시간대의 케이블TV 방송에서 MBC 광고를 내보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케이블TV로 MBC 방송을 시청할 때 MBC의 광고가 안 보이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한다.
SO들이 지상파방송의 광고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지상파방송사들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다. 이 사건에 앞서 지상파들은 올해 1월부터 SO들에게 지상파 방송의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SO들이 다시보기 방송에 대해 적정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러자 SO들이 이에 대한 반격으로 이번에 '광고송출 중단'이란 초강수를 꺼내든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케이블TV업체들이 지상파에 줘야 할 VOD의 댓가를 가입자당 190원이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지상파들은 케이블TV에 가입자당 280원을 내라고 요구했고, 케이블TV업체들은 이 금액이 과다하다며 광고송출을 중단하겠다고 반발해왔다.
이번 법원 판결을 놓고도 지상파들은 법원이 방송 저작권을 인정했다며 의미를 부여한 반면, SO들은 재전송료 기준을 만들어줬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가 왜 이렇게 싸울까. 그 이유는 방송시장의 '독과점'이 깨졌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에는 KBS, MBC 등의 지상파가 방송시장을 독점해왔다. 지상파들은 정부로부터 방송 송출용 주파수를 할당받아(주파수는 공공재다. 주파수는 국민 소유이며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주파수를 방송사나 이동통신업체들에게 할당해주고, 그 댓가를 받아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방송사업을 벌여왔다.
그런데 지상파가 쉽게 잡히지 않는 '음영지역'이 많았다. 예전에 TV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집밖에 설치돼 있는 안테나를 이리저리 움직여 방송을 수신하곤 했다. 그런 곳이 음영지역이다. 이처럼 TV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시청자들의 불만을 지역 유선방송업체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이들은 집집마다 얼마씩 돈을 받고 TV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케이블을 설치해줬다. 이렇게 모집한 소비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돈이 된다' 싶은 대기업들이 지역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CJ헬로비전, 씨앤앰, 티브로드, 현대HCN 등 지금의 대형 SO들은 지역 유선방송사업자들을 인수해 지상파에 버금가는 대형 방송사업자가 된 것이다. 이런 대형 SO들이 막강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자 독점 구조가 깨졌고, 위기를 느낀 지상파들이 SO들을 압박하면서 이번 '블랙아웃' 사태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어찌보면 지상파들은 시청자들이 TV를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의무를 유기한 셈이고, SO들은 지상파가 공들여 만든 프로그램을 소비자들에게 '끼워팔기식 상품'으로 제공하며 돈을 벌어온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에게 돈을 지불하는 시청자들은 오히려 피해자가 돼 '새까만 화면'을 마주해야 할 판이다. 방송사업자들은 서로 "시청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비난한다.
그러나 그 말에 수긍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사업자들 간의 싸움이 길어지면 앞으로 "방송은 공기(公器)"라고 하는 말에도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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