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노동개혁 5대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이 14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간제법을 제외한 파견법 등 4개 법안의 '분리 처리'를 제안하면서 꽉 막혀있던 노동개혁 입법이 극적 통과될지 주목된다.
노동법 입법 통과 여부가 '파견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이에 해외 선진국에서 '고용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파견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고 재검토에 돌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 주조·금형·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해서도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b]◆나쁜 일자리 확대 vs 고용효자…진실은?[/b]
파견법은 일본과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제도다.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은 업종과 관계없이 파견 대상을 확대, 기간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일자리 창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972년 파견법을 제정한 독일의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하르츠개혁'으로 요약된다. 주요 골자는 노동환경 유연화다. 우리처럼 24개월 파견 상한 기간을 정했던 독일은 이 개혁으로 기간 제한 규정을 전면 철폐했다. 대신 차별금지에 관한 규제를 강화, 정규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하는 경우 임금에 차별을 두지 않도록 했다.
노동 유연화 전략을 펼치자 독일의 고용률은 상승 곡선을 탔다. 2005년 65.5%에서 지난해 초 74.1%까지 급증한 것. 이 기간 실업률도 11.2%에서 4.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가 된 것이다.
이를 선례로 우리나라도 파견법을 제정, 파견 대상을 확대하고 기간을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노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나쁜 일자리 창출'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파견법이 좀처럼 진전된 논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파견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이 파견 일자리가 필요한 또 다른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다. 파견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현행법이 근로자의 기간 연장 기대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근로자의 경우 대부분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거나 다시 구직활동에 나서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한다. 사용자의 경우 업무에 익숙해진 근로자를 법 때문에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고용환경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야당을 향해 근로 현장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골몰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대안을 마련해 파견사업주에 대한 처벌강화와 근로자파견사업 양성 등의 보완을 거친 파견법 제정에 힘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노동법 새 국면 첫날…與·野·勞 '논쟁'[/b]
그러나 정치권과 노동계는 노동 5법이 '일괄처리'에서 '노동 4법 분리처리'로 새 국면을 맞은 이날도 찬반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담화보다 앞선 12일 저녁 더불어민주당에게 기간제법을 제외한 4법의 분리 처리를 제안한 바 있다. 파견법보다 적용 대상이 넓은 기간제법은 더민주가 노동계를 의식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 이 법안을 제외한 법안 처리로 방향을 튼 것이다.
당시 이 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던 더민주는 이날 대국민담화에 대한 입장발표문을 통해 "(노동 4법 통과로) 나쁜 일자리가 잠시 늘어난다 한들 청년들에게 무슨 희망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데 대해 "신중한 검토없이 출구없는 원천 반대만 계속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모든 법안에는 효력의 극대화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도 국회는 국민을 위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계에서도 반대 입장이 거세다. 민주노총은 대통령 담화 직후 논평을 내고 "법안의 문제는 단 하나도 인정치 않고 무턱대고 여야 정쟁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노동자를 무시하고 국회를 능멸하는 처사"라며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퇴물로 매도당하는 중장년층을 저임금과 불안정노동, 비정규직 차별로 내모는 대표적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 탈퇴를 논의 중인 한국노총도 성명을 내고 "파견법 개정안은 사내하철 불법파견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일자리 확대와 무관하고, 간접고용 확대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