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연초부터 가격 전쟁 중…제주항공·알뜰폰·PB상품 등
각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PB상품인 롯데마트의 '통큰 초코파이'(왼쪽)와 '홈플러스 좋은상품 1A우유'.
[메트로신문 양성운·김성현·정문경 기자] 대한민국이 '가격과의 전쟁'에 빠졌다. 국내 기업들이 내수 경기침체 장기화와 소비심리 위축을 막기 위해 '가격 파괴'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권 특판 경쟁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13일 98%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역대 최저가인 7000원에 판매된 제주행 티켓을 구하기 위해 수 만명이 몰리면서 홈페이지와 모바일앱 시스템이 마비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결국 사과문을 올리고 이벤트 방식을 변경했다. 당초 모든 노선의 특가 항공권을 동시에 판매하려던 계획을 청주·대구·부산발 제주행 국내선 항공권을 먼저 오픈하고 나머지 노선은 순차적으로 오픈하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월 창립 10주년 맞이 특가 이벤트를 할 때도 예약시스템이 마비된 바 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에어부산도 1만원대 항공권을 선보인다. 에어부산은 오는 18일부터 3일 동안 겨울 시즌 제주행 항공권(김포~제주, 부산~제주) 특판을 진행한다. 주중 1만4900원, 주말 1만9900원이다.
연초부터 초저가 요금제 상품으로 이동통신 시장 바람몰이에 나선 알뜰폰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알뜰폰 기업들과 협의해 내놓은 '우체국 알뜰폰' 요금제가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이통사 대리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본료 0원'과 '무제한' 요금제를 앞세운 덕분이다. 우체국 알뜰폰은 50~60대 장년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끌면서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550명 수준이던 알뜰폰 가입자가 올해엔 하루 6000~8000명으로 10배 이상 껑충 뛰었다.
2011년 전후로 본격적인 'PB전쟁'을 시작한 대형마트의 PB상품(자체브랜드)의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상품은 순위를 뒤집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PB상품은 브랜드 로열티와 중간 마진 등이 제거돼 기존 NB(제조업체 브랜드) 대비 20~30% 저렴한 편이며 일부상품은 NB상품의 주요 공급업체와 같은 곳에서 제조돼 품질도 NB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총 PB상품은 1만902개로 2014년 1월의 9835개 대비 1000개 이상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PB상품은 '통큰 초코파이'와 '파스퇴르 귀한 산양분유'다. 2012년까지 롯데마트 내 파이 과자 인기 순위 1위는 카테고리 내 전체 매출의 21.3%를 차지한 오리온 초코파이였다. 하지만 2013년 5월 롯데마트가 통큰 초코파이를 내놓자 1위 자리는 급격히 교체됐다. 통큰 초코파이는 한 해가 절반 쯤 지난 5월에 출시됐음에도 타사 초코파이 대비 개당 31.8%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파이 과자류 카테고리 매출 28.4%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4년 6월에 출시된 파스퇴르 귀한 산야분유는 출시 즉시 하반기 분유 카테고리 매출 비중 13.6%를 기록하며 1위 '일동 프리미엄 산양분유'(15%)를 바짝 추적했으며 지난해에는 21%의 매출 비중을 기록해 일동 프리미엄 산양분유(14%)를 누르고 분유 카테고리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홈플러스는 2001년 첫 PB상품을 선보인 이래 현재 전 품목에서 1만3000여 개에 달하는 PB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카테고리 내 1위를 차지한 상품은 '홈플러스 1A우유', '홈플러스 샘물', '홈플러스 워셔액' 등이다. 연세우유가 제조하는 홈플러스 1A우유는 연간 100억원 매출, 판매량 600만개 이상을 자랑하는 밀리언셀러 상품이다. 지난해(1월~12월) 기준 홈플러스 1A우유의 판매량은 약 611만개로 2위인 서울우유의 판매량 168만개 보다 3배 이상(268%) 많이 팔렸다.
롯데칠성음료가 제조하는 홈플러스 샘물(2L)은 지난해 식수 카테고리 내 절대강자인 '삼다수'의 판매량(1333만개)보다 23% 많은 1646만개가 판매됐다. 홈플러스 샘물은 2L기준 360원으로 업계1위인 삼다수(910원) 보다 60%이상 저렴하다.
홈플러스 워셔액(1.8L)은 지난해 기준 125만개가 판매돼 2위 상품인 '불스원 코팅워셔액'(20만개) 보다 6배 이상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타사 워셔액이 1.8L당 1800원인데 비해 홈플러스 워셔액은 900원으로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