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노동관계 5개법 가운데 기간제법을 일단 양보했다.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 달라고 야당과 노동계에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부가 제안한 파견법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근무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노동계와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13일 즉각 성명을 통해 반대의사를 거듭 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14일 두 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재차 표명했다. 문 대표는 이날 입장발표문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해 "19대 국회 최악의 법안"이라고 격하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당부한 노동4법의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기간제법 양보의사를 보인 것은 나름대로 심사숙고한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이제는 노동계와 야당이 화답할 차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만 법안의 처리는 결국 국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대국민담화 형식을 통해 양보의사를 밝히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야당과의 대화를 통해 정리돼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야당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경청한 후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화는 없이 편리한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만을 밝히는 것은 도리어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사안에 따라 입장을 밝히고 전달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보좌진이 잘 판단해서 대통령에게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의 보좌진은 사안의 성격을 잘못 판단한 듯하다.
파견법도 정부와 야당 사이에 논의될 수 없는 법안이 결코 아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심으로 논의하면 좋은 방안이 마련될 수 있다. 이제 에둘러갈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이 이번 국회에 법안을 꼭 통과시키고 싶어하는 심정 이해한다. 그러자면 야당 대표를 다시 청와대로 불러 대화하는 것이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