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대중문화를 즐긴다. 지난해에는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암살' '베테랑' 그리고 '내부자들'의 흥행이 그러했다. 현실을 향한 응징에서 느낄 수 있는 통쾌함이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통쾌함만으로는 힘든 현실을 이겨낼 수 없다. 때로는 따뜻한 사랑과 감동이 사람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2016년 새해 극장가에서는 감동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영화가 동시기에 개봉한다. 21일 개봉 예정인 '오빠생각'(감독 이한)과 28일 개봉 예정인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한상렬(임시완) 소위가 고아들로 이뤄진 합창단을 맡으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임시완, 고아성, 이희준 등 성인 연기자, 그리고 아역 배우 이레, 정준원이 호흡을 맞췄다.
한국영화는 유독 자극적인 소재와 이야기를 선호한다. 이한 감독은 이런 한국영화계에서 '착한 영화'만을 줄곧 만들어온 흔치 않은 연출자다. '연애소설' '청춘만화' '내 사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 그의 전작이 이를 잘 보여준다. 참혹한 전쟁 장면으로 막을 여는 '오빠생각' 또한 이한 감독의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의 주제는 "합창은 서로 다른 음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는 한상렬 소위의 대사에 잘 함축돼 있다. 물론 전장의 비극보다 아이들의 순수함만을 부각시킨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아쉬움을 채우는 것은 아역 배우 정준원, 이레의 몫이다. 부모를 잃은 남매로 분한 두 아역배우는 관객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세상 모든 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로봇을 만나면서 다시 한 번 딸을 찾아 나선다는 내용의 영화다. 배우 이성민이 아버지 해관 역을 맡았다. 이하늬, 이희준, 김원해, 채수빈, 전혜진 등이 출연하며 심은경이 극중 로봇 '소리'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로봇을 소재로 한 SF 장르 영화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주제는 가족영화다. 국정원과 미국항공우주국, 그리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이 얽혀 있는 구성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아빠 해관과 로봇 소리의 교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나간다.
특히 극 전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딸의 '진실'이 예상과 다른 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뜻밖의 감동을 선사한다. '미생'의 오 과장과 장그래로 호흡을 맞췄던 이성민과 임시완이 각기 다른 작품으로 흥행 대결을 펼친다는 점도 관객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