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한국노총의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이들의 파기 선언을 "조직 이기주의"로 규정, 계획대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실상 노-정 간 이별 수순이다. 여기에 뿔난 시민들까지 거리로 몰려나와 한국노총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대타협 파기 선언은 일자리 파탄 선언"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흔들리는 '노사정'
20일 정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한노총은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 초안 발표에 반발해 대타협 파기 선언을 밟아왔다. 당초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파기 선언은 노동계가 고용부에 "기한의 정함이 없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국 정부가 이 제안을 거부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노-정 간 이별로 '노사정'이 제 기능을 잃은 가운데 사용자 측인 경영계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를 주제로 천만 서명운동에 나선 상태다.
노사정은 올해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 등에 대비해 지난 2014년 9월부터 노사정 논의를 가져왔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말까지 모든 입법, 행정 조치를 마무리하고 올해부터 현장실천에 주력한다는 것이 대타협의 주된 뼈대였다.
이에 따라 양대 지침은 늦어도 지난해 말 확정해야 했으나, 노동계 반발이 거센 것을 감안해 정부가 전문가와 함께 내부검토 위주로 논의를 진행하면서 속도를 조절한 게 탈이 난 것이다. 노동계는 그간 양대 지침이 쉬운 해고, 일방적 임금 삭감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거듭 주장하며 노사정 협의에 불참했다.
정부는 양대 지침과 관련, 한노총에 노사정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이들이 만남 자체를 거부하면서 논의 자체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불참한 사이 준비된 지침 준비과정이 지난해 말 초안으로 작성돼 발표된 것이다. 한노총이 논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거부, 이 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까닭이다.
◆뿔난 시민들…"일자리 파탄 선언"
한노총의 대타협 파기 선언으로 청년 등 시민들도 거리로 나와 이들을 비판했다.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와 노동시장개혁촉구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타협에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휴지조각 버리듯이 내팽개쳐 버린 것"이라며 "우리 청년대학생들과 시민사회는 기득권 사수를 위한 한국노총의 뻔뻔한 행태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함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노총은 대타협에 합의해놓고도 노동개혁이 '쉬운해고'를 위한 노동개악이고 500만 제조업 노동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악법이라고 줄곧 반대해왔다"고 지적한 뒤 "하지만 노동개혁입법안과 2대 지침 어디에도 그럴 가능성을 담고 있는 내용은 없다. 노동개혁을 반대할 명분이 없으니 억지구호라도 만들어 국민들에게 겁을 주려는 심산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이 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가 올 한해 더 큰 수렁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당장 노동시장에 손을 대지 않으면 구조적 모순이 누적돼 청년들과 노동 약자들의 아픔이 고착화될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는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다. 오히려 노동계가 조장하는 허황된 공포에는 비견할 수 없는 현실적 고통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노총의 파기 선언으로 피해가 청년들과 구직자, 비정규직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이어 "우리 노동시장 구조의 적폐를 해소하고 하루빨리 재정비해야만 수많은 청년, 대학생 그리고 노동 약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면서 "한국노총은 당장 대타협 파기를 철회하고 노동시장 개혁의 전면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