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또 시작됐다. 원하는 상황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기어코 뜻을 관철시키는 입법 권력의 남용.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개정에 나선 새누리당 얘기다. 국회 선진화법은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다수당의 입법 통과 횡포, 즉 날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당초 이 법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새누리당 황우여 당시 원내대표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그런데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의 국회 처리가 막히면서 정부여당이 이 법에 되레 발목을 잡혔다. 국회선진화법은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이 통과되는 구조로 돼 있다. 야당의 협조가 있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날치기를 해서라도 국회선진화법을 기어코 뜯어고치려는 이유다.
개정안은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 등 3가지로 규정된 현행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청하는 법안'을 추가한 것이다. 과반을 점한 다수당, 즉 과반 의석인 새누리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는 게 골자다.
새누리당은 법 개정을 위해 지난 18일 오전 국회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5분 만에 '상정에서 폐기'를 거치는 날치기를 강행했다. 법안 폐기 후 7일 이내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해당 법안을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한 국회 선진화법 87조를 이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법안이 발의되면 15일간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는 국회법 59조는, 국회 마비 상태를 '천재지변'으로 규정해 교묘히 피했다.
이들의 날치기 강행은 이 법을 방패삼아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야당의 뒷짐도 한몫했다. 정부 여당이 내놓은 법안에 대해 숙제 검사하듯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로는 어떤 난제도 해쳐나갈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 개정안 처리 과정 역시 현행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돼 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가 불가능하다. 결국 돌고 돌아 필요한 것 역시 끝없는 토론과 설득을 통한 해결 찾기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