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쿵푸팬더3'에서 주인공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잭 블랙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잭 블랙(46)은 웃음자판기다. 웃음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그가 출연한 작품을 골라보면 된다. 그러나 그의 웃음에는 특별함이 있다. 어느 순간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태도다. 돌이켜보면 잭 블랙은 단 한 순간도 자신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만들어낸 적이 없었다. 그는 늘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했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만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왔다. 모두가 '록 스타'가 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해 보인 '스쿨 오브 락'이 그렇다. 그의 웃음에서 용기와 위안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영화 '쿵푸팬더3'에서 주인공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잭 블랙(오른쪽)과 여인영 감독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쿵푸팬더3'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잭 블랙은 스크린에서 만나온 모습 그대로였다. 쉽지 않은 질문에는 농담 섞인 답변을 던지며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배우다운 진중함도 엿보였다. '쿵푸팬더' 시리즈에 대한 애정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잭 블랙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시리즈의 주인공 포를 연기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포를 "섬세하고 따뜻한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포는 액션 영웅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영웅은 아니에요. 보통 액션 영웅은 마초에 눈물도 안 흘리지만 포는 섬세하고 따뜻하거든요. 영웅이지만 연약한 점이 있다는 것이 포의 매력입니다." 그의 말처럼 '쿵푸팬더' 시리즈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바로 평범한 팬더가 쿵푸 고수가 돼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악당들로부터 세상을 구해내며 '용의 전사'로 인정을 받은 포는 이번 '쿵푸팬더3'에서 또 한 번의 성장한다. 친아버지를 만나 팬더로서의 정체감을 알아가고, 제자가 아닌 스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짊어진다. 여전히 피규어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게 좋은 '아이' 포가 어른이 되는 과정은 '쿵푸팬더3'의 중요한 테마다.
목소리 연기에 있어서 잭 블랙이 가장 신경 쓴 것 또한 '성장하는 캐릭터'로서 포를 보여주는 것이다. "포는 저에게 젊음과 소망, 그리고 순수함과 따뜻함의 상징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더스틴 호프만이나 데이빗 보위와 같은 배우와 록 뮤지션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어요. 포도 쿵푸 우상을 보면서 성장하죠. 그래서 포를 연기할 때마다 저의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쿵푸팬더'하면 잭 블랙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그의 이런 노력이 영화에 잘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출자 입장에서도 잭 블랙 없는 '쿵푸팬더'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여인영 감독은 "잭은 이미 포다. 그는 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정말 잘 안다. 그의 연기 자체가 즉흥적인 요소로 작품에 포함되기도 한다"며 잭 블랙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잭 블랙은 "만약 실사판으로 '쿵푸팬더'가 나온다면 팬더 코스튬을 입고 출연하고 싶다"는 농담으로 캐릭터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영화 '쿵푸팬더3'에서 주인공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잭 블랙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2000년대 초반 코믹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드러낸 잭 블랙은 다양한 작품에서 웃음과 진지함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로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록 스타도 꿈꿨던 그는 동료 배우 카일 개스와 함께 '어쿠스틱 메탈 밴드' 테네이셔스 D를 결성해 뮤지션으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았다. 이제 4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젊고 열정적이다. 팬이라면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말 '잭 블랙'스러웠다. "제가 젊어보이나요? 엊그제 성룡을 만났는데 저보다 훨씬 동안이에요. 젊음의 비결이 뭘까요? 긍정과 열정, 아니면 치즈버거일 것 같네요. 살이 찌면 주름이 안 생기거든요(웃음)." 잭 블랙은 당당하고 유쾌하다. 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쿵푸팬더3'에서 주인공 포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잭 블랙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