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노동개혁(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법·기간제법·파견법) 무산 위기감이 올해 일자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노동개혁이 무산될 경우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곧 고연봉자들의 임금 삭감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청년들의 일자리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다.
야당의 반대로 노동 법안이 4개월째 제자리를 맴도는 가운데 노동계까지 어렵사리 만든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하면서 고용절벽 위기가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올해 300명 이상 기업과 공공부문에서 의무화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300명 이하 중소기업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임금피크제의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말 종료된 지원금(연 1080만원) 제도를 2018년까지 연장키로 하는 등 일자리 문제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에 따른 신규 일자리 확보량은 약 37만개다. 국내 5인 이상 사업장 전체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을 경우 연간 최대 13만 명까지 청년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아울러 정부는 기업에서 상위 10% 임직원의 임금을 깎을 경우 추가로 9만개의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개혁이 기한 없이 지체되면서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효과가 물거품이 될 상황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노총의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고리로 법안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상황에서 이 같은 무산 기류가 기업들로 전이될 경우 일자리 문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7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한 순간에 증발하는 셈이다.
문제는 노동개혁 무산에 따른 결과가 고용 절벽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지체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 자본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생산 요소를 투입해 물가 상승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말한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은 3.0~3.2%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개혁 무산 시 잠재성장률을 2021년 2.5%로 추정한 데 이어 2026년 1%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놨다. 비효율적인 노동시장 구조가 잠재성장률을 깎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근거가 작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구조개혁을 완수할 경우 잠재성장률이 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연이 잠재성장률 하락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등 총체적 경제 위기를 부를 수 있는만큼 1월 임시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노사정 대타협 파기로 노동개혁이 험로에 직면했다"면서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청년, 장년 모두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면 정부가 노동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