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반전의 시작일까, 아니면 폭풍 전야일까. 요즘 증시에 몰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은 둘 중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관심이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까지 주저앉았는데도 고객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가 다시 슬금슬금 늘어나는 걸 보니 반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어떤 이는 이를 '앵그리 머니(Angry Money)'라고 표현한다. 반토막 난 수익률을 만회하려고 펀드를 깨고 직접 주식투자에 나선 '성난 돈'이라는 얘기다. 그 증거는 주식 매수 실탄으로 바로 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이 늘어나고 주식형 펀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에 맞춰 재빨리 고수익을 쫓아다니는 '스마트 머니(Smart Money)'보다는 조금은 우울한 색깔을 띤다는 차이라고 할까.
단면이겠지만 '앵그리 머니'성격의 돈이 시장에 등장한다는 것은 한국 자본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간접투자시대가 뒷검을 질 하고 있다는 애기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과거 1인 1펀드 계좌 환호에 가려져 있던 그늘이기도 하다.
'앵그리 머니'의 등장에 걱정이 앞선다. 결국 피해는 개미들 스스로에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가장 큰 착각은 시장보다 자신이 더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펀드에 대한 높은 기대심리는 환상에 가깝다. 주식은 오르는 기간보다 하락하는 기간이 훨씬 더 길다. 그래서 인고(忍苦)의 세월이 필요하다. 세계 금융시장과 경기가 나빠지면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는 전문가들이라도 손발을 들 수밖에 없다.
1970년대 조지 소로스와 함께 '퀀텀펀드'를 만들어 기적의 수익률을 올린 짐 로저스는 "최근 30년간 농사 짓겠다는 사람이 있었느냐. 농부도 부족하다"며 농산물을 비롯한 광물 원유 등 상품투자를 강력히 추천했다. 하지만 정작 팔아야 한다고 부추겼던 미국 주식보다 농산물을 제외한 원자재값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파르게 오른 농산물 가격도 농부보다는 날씨 탓이 더 컸다.
하물며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야 예측이 빗나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출렁이는 장에 장단을 맞추는 것은 너무 소모적이다. 원래 호황-버블-침체 과정이 반복되는 게 시장경제의 속성이다
서울 여의도의 시장 전문가를 만날 때마다 빼놓지 않고 묻는 질문이 있다. 가장 좋은 재테크 방법은 뭐냐, 당신은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 코스피가 1800선이 위태롭지만 명쾌하게 답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펀더멘털보다는 유동성이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 CEO는 "쉬는 것도 투자다. 시장 분위기가 안갯속일 때는 시장에서 한발 떨어져 관망하겠다는 여유를 가져 보는 곳도 좋다"고 조언한다.
흔히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신(神)의 영역이라고 한다. 2007년은 100년에 몇 번 나올까 말까 한 '대박의 해'였다는 점을 잊는 우를 범해선 않될 것이다. 투자에서 영원한 진리는 장기투자가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참고 기다리는 데서 출발한다. /km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