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위로를 얻을 때가 있다. 다른 이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발견할 때 공감과 위안을 얻기도 한다. '안녕'이라는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힘든 바쁜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진심을 전하는 이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안녕하신가영이다.
안녕하신가영은 '좋아서 하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담당했던 백가영(28)의 솔로 프로젝트다. 2013년 싱글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로 데뷔한 뒤 2014년 첫 EP 앨범 '반대과정이론'과 지난해 첫 정규 앨범 '순간의 순간'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해왔다.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인디 신의 떠오르는 싱어송라이터로 주목받았다.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이름이 인상적이다. 입으로 되뇔수록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처음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예명을 고민하다 정하게 된 이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솔로 프로젝트였던 만큼 이름도 큰 부담 없이 지었다.
안녕하신가영은 일상에서의 영감으로 음악을 만든다. 편안한 감성이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 19일에는 두 번째 EP 앨범 '좋아하는 마음'을 발표했다. 겨울에 어울리는 차분한 분위기의 노래 5곡을 수록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담고자 한 음반이다.
타이틀곡 '좋아하는 마음'은 제목 그대로 좋아하는 마음에서 출발해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선뜻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다. '비를 기다려'와 '숨비소리'는 여행에서의 영감이 노래가 됐다. '무표정'에서는 "아무런 표정 내가 짓고 있지 않아도 슬퍼 보이지 않는 건 도대체 왜일까"라고 노래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감정에 초연해지는 것에 대한 슬픔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마지막 노래인 '꿈을 꾸는 꿈'은 꿈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을 꾸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안녕하신가영은 "꿈을 꾸지 않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녕하신가영은 10대 시절부터 항상 꿈이 많았다. 꿈의 중심에는 음악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어요. 그런데 이미 완성된 작품을 연습하는 것에는 흥미를 못 느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인 케이크워크을 접하면서 작곡에 흥미가 생겼죠. 재미있는 걸 찾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베이스에 빠져서 작곡은 '나 몰라라' 했지만요(웃음)."
대학에서 실용 음악을 전공하면서 세션으로 활동하던 중 좋아서 하는 밴드를 만나 밴드 활동도 하게 됐다. "저에게는 터닝 포인트였어요. 덕분에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됐으니까요. 보컬은 정말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꿈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안녕하신가영으로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안녕하신가영은 심심한 일상에 가볍게 안부를 묻는다는 뜻에서 '안부형 뮤지션'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다. 왠지 모르게 밝고 건강한 기운을 노래할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노래 곳곳에는 슬픔이나 아련함이 깃들어 있다. "꼭 좋은 소식만 전하는 게 안부는 아니잖아요. 힘든 사람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도 안부가 되니까요." 일상의 이야기를 다른 이와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안녕하신가영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힘이다. 오는 30일 오후 7시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에서 진심을 담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시지를 음악에 담을 뿐이에요. 일상적인 이야기가 많다 보니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 누군가의 일상을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저 저의 이야기와 음악을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사진/안녕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