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6일 행정자치부와 법무부 등 5개 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고 "부패와 비리, 탈법과 편법을 낳는 비정상인 관행과 적폐들이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업무보고의 주제는 국가혁신이었고, 박 대통령도 '혁신'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늘국경선이라 할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지난 3일 수화물 처리 오류로 말미암아 약 160대의 비행기가 지연 출발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중국인 2명이 여객터미널 출입문 잠금장치를 풀고 밀입국한 사건이 일어났다. 만약 밀입국한 사람이 테러분자였다면 벌써 어디선가 큰 테러사건이 터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주말 제주공항에서는 폭설로 말미암아 3일동안 수만명의 승객이 노숙자처럼 지내야 했다. 이들 두 기관은 공통적으로 전문적 경험과 식견이 없는 '낙하산' 인사가 경영하던 곳이다. 박완수 전 인천공사 사장은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으로서 2014년 사장에 임명됐다. 제주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도 서울경찰청장을 지냈던 김석기 사장이 한때 경영을 맡았다. 그나마 이들 두 사장은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떠나 버렸다. 현재 두 기관의 사장 자리는 나란히 비어 있다.
26일에는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사가 내정됐다. 내정된 인사 역시 해운수산 분야에 전혀 경험이 없다. 과거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던 해운조합 이사장은 세월호 사건 이후 공석이었는데,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맴돌던 '문외한'이 꿰어차려 하고 있다. 하늘과 바다의 주요 자리를 연이어 '낙하산'이 차지할 태세다. 비정상적 관행과 악습으로서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런 낙하산인사 악습을 근절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또 터질지 알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혁신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 혁신은 바로 낙하산인사 악습을 근절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