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혜리 "성덕선은 '금사빠'? 100% 이해해요."
연기의 비결은 캐릭터 사랑
신원호 PD의 세세한 연기 지도
'어남택' 촬영 중 알아
방송 전부터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혜리는 방송 1회만에 논란을 잠재웠다. 연기의 비결은 캐릭터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는 대중에게 영원히 '성덕선'으로 기억될 것이다.
"포상 휴가로 푸켓도 다녀왔고, 푹 쉬고나니까 이제야 드라마 끝난 게 실감이 나요. 선배님들, 동료배우들, 제작진과 열심히 촬영했고,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아서 영광이에요."
지난 16일 평균 19.6%, 최고 21.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쌍팔년도(1988년), 쌍문동 골목에서 벌어지는 이웃간의 정, 친구들과의 우정, 그릭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 중심에 혜리가 있었다. 그는 사랑스러운 왈가닥 성덕선을 연기했다. 공부는 못하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캐릭터다.
"촬영하면서 인간은 혼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선배님들과 언니 오빠들이 많이 조언해주셨고, 특히 신원호 PD님이 세심한 것가지 일일이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신원호 PD는 연기 지도를 받아본 적 없는 '날것'의 혜리를 캐스팅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은 옳았다.
"처음에 신 PD님을 만나러 갔을 때 캐스팅 될 줄 꿈에도 예상 못했어요. 그냥 편하게 밥먹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나갔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대본을 주시더라고요. 읽어보라고 하셔서 읽었는데 마음에 드셨나봐요.(웃음) 그런데 대본 리딩 첫날에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지난 번의 그 느낌이 아닌데?' 그때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 초반 이번 시리즈의 성공을 점 친 사람은 얼마나 됐을까.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혜리는 1회 때 연기력 논란을 떨치지 않으면 다음 그 다음 에피소드까지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판단, 만반의 준비를 했다. 쉼없이 대본을 연습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극 중 덕선이는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을 거쳐 결국 택(박보검)과 사랑을 싹틔웠다. 일각에서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것)' 라고 지적했다.
"'금사빠'라고 미워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덕선이를 100% 이해해요. 집안에서 둘째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남들보다 낮은 편이고,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이에요. 그런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었고, 주변에서 '얘가 너 좋아한대'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죠. '얘가 날 좋아하나'라는 생각과 함께 관심을 두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선우에 대한 마음은 모르겠지만, 정환이는 확실히 사랑한 게 맞아요. 어린시절의 떨림, 풋풋했던 첫사랑이죠. 그래도 무의식 중에는 항상 택이를 신경쓰고 있던 것 같아요. 긴 시간동안 이어진 대국이 피곤하진 않은지, 밥은 먹었는지 늘 신경을 쓰거든요. 그리고 덕선이가 사랑 앞에서 수동적이라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덕선이도 쌍문동 5인방의 일원이잖아요. 우정과 사랑사이에서 고민 많았을 거에요. 19화에서 택이에게 '나는 너랑 친구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우정이 깨질까봐 두려웠다는 마음을 대변한 거죠."
결국 드라마는 택과 덕선이의 사랑으로 끝이 났다. '어남류'를 응원했던 시청자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혜리 역시 정환이가 남편일 줄 알았단다. 때문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사실 저도 드라마를 찍으면서 남편이 택이라는 걸 알았어요. 주인공인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 놀랐죠. 결말이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내용상 설득력이 있느냐 없느냐 보다 제게 중요했던 건 덕선이가 어떻게 시청자를 설득시켜야 하는지 였어요. 당시에는 '초반에 남편이 택이라는 걸 알았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모른 상태로 연기했기 때문에 정환이와의 사랑도 예쁘게 그려졌다고 생각해요."
첫사랑과의 이별은 슬펐다.
"19화에서 정환이가 피앙세 반지를 보여주면서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촬영장에서 많이 울었어요. 정환에게는 사랑이 진행중이었겠지만, 헤리에게는 '그땐 그랬지' 정도인 거죠. 정환이와 함께한 예쁜 그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데 그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픈죠. 정환이가 몇년을 속앓이하다가 처음 표현하는 건데, 그게 끝인 거에요.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과의 이별…. 지금 생각해도 슬퍼요. 또 준열이 오빠가 연기를 워낙 잘하시니까 감정이 더 이입되고 눈물이 터져나오더라고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욕심이 생겼다는 혜리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 앞에 설 지 기대된다.
"'감동을 선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어떤 말인지 저도 조금 알 것 같고, 이번 작품처럼 많은 분께 기억될 수 있는 작품에 또 한번 출연하고 싶어요. 저도 더욱 열심히 노력할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