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게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수출이 2015년 1월보다 18.5%나 줄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지난 2009년 8월의 -20.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징조는 오래 전부터 예고돼 왔다. 세계 주요 경제주체들이 양적완화를 통한 환율전쟁을 벌여왔고,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어주며 글로벌 경쟁을 지원해왔다.
심지어 일본은 최근 마이너스 금리란 '극약처방'까지 하면서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은행에 돈을 맡겨두면 이자를 받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원금을 떼겠다며 은행 저축보다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지금 대한민국의 주력부대들은 글로벌 경제전에서 심한 부상을 입어 대규모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때 대한민국의 선봉에 섰던 조선산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기가 꺾였다. 후발업체 중국에다, 그 동안 우리에게 밀려났던 일본마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조선산업을 '세계 3위'로 밀어냈다.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 주력부대와 협력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울산, 구미, 거제 등 주요 생산기지에서는 실업자가 속축하면서 지역경제가 파탄나고 있다. 5대 업종 본진의 타격이 연관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지금 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 후방에서는 여전히 '제자리 뜯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전선에서 숨을 헐떡이며 글로벌 경쟁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산업역군들을 지원해줄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4월 1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에만 혈안이 돼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배신이나 배반도 불사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다. 지난 수개월간 여야가 합의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등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야당은 수장이 바뀌자마자 그 동안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상대방과의 합의를 하루 아침에 뒤엎었다. 야당과 밀고 당기며 합의를 이끌어냈던 여당을 졸지에 바보로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여당 원내대표가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 "민주주의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며 비판을 했을까.
문제는 지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법안들이 대부분 국회의원들의 관심사인 4·13 총선과 관련이 없는 것들이란 점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원샷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등.
이 법안들은 당장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법안들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법안들이다. 은행에서 제대로 대출을 못받아 대부업체 창구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서민층의 이자부담을 완화시켜주는 대부업법도 함께 발이 묶여 있다. 이런 법들이 왜 선거구획정 문제와 함께 엮여 있어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삼권이 분리돼 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줘야 행정부에서 이를 근거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행정부는 일을 할 수가 없다. 박근혜정부의 3년간 정부 제출 법률 통과율은 57.0%로 역대 정부의 절반 수준이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격려해주기는 커녕, 국정 방해를 통해 행정부의 뒷다리를 잡아당기는 일부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의회민주주의의 가장 후진적인 사례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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