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 불황 탓에 보험업계가 가계 부담을 낮춘 '서민형' 보험상품을 내놓고 있다. 해지환급금을 줄인 대신 납입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낮춘 상품도 등장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5월 해지환급금이 적거나 아예 없는 보험상품 출시가 가능토록 법안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후 가장 먼저 상품 출시에 나선 보험사는 ING생명이다. ING생명은 지난해 7월 해지환급금을 줄인 대신 보험료를 최대 25%까지 낮춘 '용감한오렌지종신보험'을 내놨다. 고객이 만기까지 보험을 유지하면 일반 보험상품 이상으로 환급금을 보장해 준다. 오래 계약을 유지한 고객일수록 저렴한 보험료와 만기환급금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일본 등에서는 이미 큰 인기를 끈 구성이다.
신한생명과 한화생명도 각각 '신한THE착한연금·미리받을수있는종신보험'과 '빅플러스통합종신보험'을 출시하며 해지환급금을 줄인 대신 보험료를 낮췄다. 신한생명의 '신한THE착한연금·미리받을수있는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 대비 최대 25%, 한화생명의 '빅플러스통합종신보험'은 최대 18% 줄었다.
교보생명 등 대형사는 해지환급금 적립 방식을 바꿔 보험료 부담을 낮춘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보험업계가 종신보험 등 금리연동형 보장성 보험의 경우 최저 해지환급금을 보장하도록 한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며 금융위에 규제완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기존 중대질병 보험보다 보험료를 7~19% 낮춘 '내마음같은교보중대질병보험'을 출시했다. 해지환급금을 미리 확정된 예정이율(예상수익률)로 쌓아 보장하는 기존의 종신보험이나 중대질병 보험과 달리 해지환급금을 공시이율로 적립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불경기에 낮은 보험료의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가입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서민형' 보험상품은 보험료가 낮은 대신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면 기존 상품과 비교해 돌려받을 수 있는 환급액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실제 신한생명의 '신한THE착한연금·미리받을수있는종신보험'의 경우, 20년납에 가입한 40세 남성은 가입금액 1억원 기준 월 보험료는 22만9000원으로 같은 보장을 받는 상품보다 보험료가 18.2%, 5만1000원을 적게 낸다. 하지만 가입 10년 후인 50세에 중도해지할 경우 환급금은 일반 보험의 경우 2707만8000원으로 납입액의 83.29%를 돌려받지만 '신한THE착한연금·미리받을수있는종신보험'은 1273만4000원으로 납입액의 46.8%를 환급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싸다고 보험 상품에 덜컥 가입해 후에 해지시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당국도 고객 피해 발발을 우려해 규제 완화 당시 중도해지를 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입자에게 별도 확인서 등을 통해 미리 명확히하는 장치를 마련하라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출시되는 '서민형' 보험은 중도 해지시 기존 상품에 비해 환급금이 크게 떨어진다"며 "충분히 상품을 검토한 후에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저금리 기조로 보험료가 점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환급금을 줄인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은 계속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