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는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5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지만 설 명절을 보내는 지역 민심은 예년보다 추웠다.
중국경제 불안, 국제유가 추가 하락, 글로벌 경기둔화 심화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이번 설날 전날인 7일에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설날인 8일에는 북한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민심을 위축시켰다.
기자들이 이번 설 연휴 기간 동안 고향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취재한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전국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특히 각 지역의 경제에 영향을 주는 대기업들의 산업별 명암이 지역경제에 그대로 투영됐다. 가전제품, 스마트폰, 철강, 조선 등의 업종에 영향을 받는 지역은 경기침체의 그늘이 뚜렷했다. 광주, 포항, 울산, 당진 등의 도시가 대표적이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지역 경제에 20% 가량의 기여를 하는 삼성전자가 세탁기, 청소기에 이어 오는 7월 냉장고 생산라인의 일부를 해외(베트남)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퍼져 지역 주민들이 시름을 앓고 있다. 이미 세탁기 생산라인을 이전하면서부터 시작된 삼성전자 협력회사의 일감 축소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항과, 조선산업으로 대표되는 울산은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포항의 경우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철강산업의 지난 1월 수출액이 19.9% 급감했으며 지난해 9월 어음부도율은 2000년 이후 사상 최고치인 16.1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체불임금도 늘어났다. 지난해 포항지역 체불임금은 265억8800만원으로 2014년 163억200만원보다 무려 63.1%나 폭증했다.
석유화학업체와 해양플랜트 업체들이 밀집돼 있는 울산석유화학공단과 온산단에도 불황의 충격이 지역경제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의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제품 가격이 70% 가까이 하락하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온산공장은 수주가 끊겨 아예 공장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전자·정보통신 제조산업의 '메카'인 경북 구미와 제철소들이 몰려 있는 충남 당진도 불황의 충격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수출입 물량이 오가는 인천항과 평택항의 지역경제도 얼어붙고 있었다.
반면, 비교적 업황이 좋은 석유화학 등의 기업이 뿌리를 내린 지역에서는 지역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여수가 대표적이다.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공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입주해 있는 여수에는 기업들의 실적 호조로 직원 채용 및 소비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LG화학에서 근무하는 정 모(45)과장은 "지난해까지 생산쪽에서 근무하다 최근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예년과 같은 수준의 신입사원이 입사했다. 인근 고등학교·대학교와 연계해 신입사원을 더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사내 분위기가 예년보다 좋아졌으며 연봉인상률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