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자재·설비 등 北에 고철 수준…중국에 반출 우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선언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틀째 무반응을 보이던 북한이 11일 오후 "남측 개성공단의 모든 자산 전면 동결"을 밝힌 가운데,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에 따른 관계 악화로 북한이 우리 측 자산을 압류한 '금강산 관광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날 공단 중단 선언에 대한 후속 조치로 공단 내 남측 인원과 자재, 장비의 철수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입주 기업들은 이날 오전 9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 출입경이 시작되자 완제품과 원·부자재 회수를 위해 화물트럭과 인력을 개성공단으로 보냈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오후 5시 30분까지 남측 인원을 추방한다"고 밝히면서 남측 입주 기업들은 우리 정부가 정한 철수 시한(13일)조차 확보받지 못한 채 공단을 떠나게 됐다.
입주 기업들의 말을 종합하면 철수 작업에는 1개 회사당 트럭 1대, 사람 2명이 일률적으로 투입됐다.
북한이 우리 정부의 공단 중단 조치에 대해 '개성공업지구 폐쇄'로 맞불을 놓으면서 미처 반출하지 못한 자재와 설비 등의 소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이후 우리 정부가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 등을 이유로 관광사업을 중단하자 금강산 내 남측 자산을 동결하고 압류, 몰수 조치한 바 있다. 관광 재개를 위한 대남 압박에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조치에도 우리 정부가 관광 재개에 뜻이 없음을 피력하자 북한은 이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 재개에 나섰다. 경제적 압박을 느낀 북한이 우리 측 자산으로 경제 활동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중국을 파트너로 사실상 관광 산업 재개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 자본에 우리 자산을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공단 내 자산을 압류, 몰수하더라도 금강산 관광과 달리 효용성이 떨어질 거란 관측도 있다. 금강산의 경우 호텔 등 남측 자산을 통해 관광 산업을 할 수 있지만 공단의 경우 전기와 수도, 기술 등이 남측에서 오는 구조인 데다 우리 측이 전기, 수도 공급을 끊으면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 입주 기업의 운영이 없는 상황에서 자재 설비 등은 북한에 고철에 불과한 셈이다.
이처럼 북한의 자체 활용이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중국 등에 팔아넘기는 것을 용이하게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남북 주민들의 유일한 통로 수단이었던 공단이 폐쇄 위기에 처함에 따라 제2의 금강산 사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남측 인원 추방은 물론 남북간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 통로도 모두 폐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2013년 8월 14일 남북이 합의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근거로 한 북한의 강력 반발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남북은 합의서에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다"는 내용을 담은 바 있다.
북한이 이를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 차원에서 설비 이전을 포함한 구상권 행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실에서 협회 관계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다. / 손진영기자 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