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혹은 1만원 이하 카드 결제는 가맹점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
카드업계가 또다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요구에 나섰다. 이번엔 '소액 카드 결제 거부'라는 조건부 폐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는 최근 금융감독원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5000원 또는 1만원 이하의 소액 결제에 대해 가맹점이 현금만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의 소액 상품 카드 결제가 늘면서 카드사가 결제중개업체(VAN)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이 커진 이유에서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우대 수수료율 인하 정책 등으로 올해 큰 폭의 수익률 감소가 예상되는 카드업계로선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요구는 지난 1998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 이후 줄곧 제기돼 왔다. '여신전문금융업법(19조 1항)'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 정부가 세원 확보를 위해 카드 활성화 정책을 쓰면서 가맹점이 신용카드를 현금 등 다른 결제수단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카드 결제액 소액화 추세도 카드사의 의무수납제 폐지 주장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9일 여신금융협회가 발표한 '2015년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카드 결제금액은 점차 소액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거래와 편의점 등 결제금액이 낮은 업종에서 소비자의 카드 사용 빈도가 높아진 이유로 풀이된다. 실제 편의점 전체 매출은 60% 가량이 카드 결제로 이뤄지는데, 이 가운데 1만원 미만 소액결제는 90%를 웃돌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5000원 또는 1만원 이하 카드결제는 카드사의 역마진을 일으킨다"며 "미국이나 캐나다 등 여타 선진국이 10달러 이하 금액의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것 처럼, 우리나라도 카드 소액결제에 대해 의무적으로 수납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1년 금융위원회가 소액결제에 대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를 추진하다 여론 반발에 밀려 해당 정책을 철회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카드 소액결제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결제 구조상 'VAN'사의 거부권도 의무수납제 폐지 요구에 장애물로 꼽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