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국회의원들이 단체로 '콩밭'에 갔다. 실제 콩밭에 갔다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 콩밭에 갔다는 얘기다. 북핵 사태와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지난주 열린 대정부 질문.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의원들은 전체 300명 중 20~30명에 불과했다. 본회의 속개를 위한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 본회의는 예정보다 10여 분간 지연됐다.
"경제가 위기"라는 프레임으로 연일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촉구해온 새누리당 의원들. 경제에 무관심하다며 야당 의원들을 몰아세웠던 이들은 이날 참석한 의원수도 적었지만 그나마 자리를 지킨 의원들 역시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졸거나, 시간 죽이기에 몰두했다.
경제가 위기라고 목청을 높였던 이들이 막상 위기 타개를 위한 논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은 모순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야당도 다르지 않다. 전날 열린 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개성공단과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지만 참석한 일부 의원과 국방장관의 1대 1식 토론 수준에 머물렀다. 당을 대표한 소수의 의원들만이 자리를 지킨 셈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테러방지법 통과를 주장하는 여당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들어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선 야당. 이 같은 치열한 모습은 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이다. 경기불황은 계속되고 수출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물론 올해 경제성장률 3% 달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안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그야말로 위기인 셈이다.
물론 경제와 안보의 이중위기가 법안 통과로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시행 중인 정책을 보완하고 모자란 것은 법 제정으로 해소하는 것이 '더블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시발점이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치가 아닌 대화다. 총선이 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의원들. 19대 국회의 부끄러운 마지막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