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솜(26)에게 더 이상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난 17일 개봉한 '좋아해줘'(감독 박현진)가 그 증거다. 영화에서 이솜은 실제 성격과 비슷한 캐릭터로 자연스러우면서도 여유롭게 연기했다. 동갑내기 강하늘과의 풋풋한 로맨스로 사랑스러움을 영화에 더했다.
첫 주연작이었던 '마담 뺑덕'을 떠올리면 색다른 변신이다. '마담 뺑덕'에서 이솜은 주인공 덕이로 순수함에서 지독한 집착으로 이어지는 사랑의 변화를 보여줬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그러나 '마담 뺑덕'을 마친 뒤 일부러 밝은 캐릭터를 찾지는 않았다. 그저 실제 성격과 닮은 모습을 연기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작에서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서 그런지 저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늘이도 저보고 '무섭다'고 이야기했으니까요(웃음). 그럴 때마다 '그 모습이 나는 아닌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좋아해줘'의 나연을 만났죠."
이솜은 '좋아해줘'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극중 나연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매력 있었어요. 밝은 모습도 비슷했고요. 그리고 술 좋아하는 것도요(웃음).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남자친구와 '밀당'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이 매력적이었죠." 박현진 감독도 이솜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를 바랐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옷도 편안하게 입고 화장도 덜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나를 연기로 보여주지?'라는 생각에 어렵기도 했어요. 그런데 직접 촬영을 하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편안했고요.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어요. 그만큼 저와 닮은 캐릭터였으니까요."
영화는 나이도 성격도 처한 상황도 전혀 다른 세 커플의 각기 다른 로맨스를 그린다. 이솜은 극중 작곡가 수호 역의 강하늘과 20대의 풋풋한 사랑을 연기한다. 극중에서 귀여움을 담당하는 '막내 커플'이다.
두 배우는 이번 영화로 처음 만났다. 동갑내기라 처음에는 오히려 어색했다. "동갑내기라고 '안녕, 친구하자'고 바로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니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하늘이가 촬영에 들어가면 몰입을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이들 커플도 시련을 겪는다. 수호가 청각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나연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은 잠시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 시발점이 되는 대학로에서의 감정 신은 이솜과 강하늘 모두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이었다.
"그날 촬영 여건이 좋지 않았어요. 연휴에 사람도 많았고 촬영장 바로 옆에서 공연을 해 시끄러웠거든요. 하지만 하늘이가 잘 해줘서 저도 잘 따라갈 수 있었어요. 시간 여유가 없어서 모니터를 확인하지 못해 불안하기는 했지만요. 원래는 나연이 수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집으로 그냥 가버리는 설정이었어요. 하지만 나연 성격에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저 역시 나연과 같은 상황이면 수호를 기다려줄 거니까요."
이솜에게 '좋아해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제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 역할을 만나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하늘이라는 친구도 얻었고요(웃음)." 무엇보다도 자신의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아해줘'는 이솜에게 중요한 작품이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그늘에서 벗어나 '배우' 그 자체로 오롯이 선 이솜은 이제 더 다양한 역할로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하늘이가 일을 많이 해서 별명이 '하늘소'잖아요. 저도 '하늘소'가 되려고요. 그럼 '솜소'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소옴'? (웃음) 소처럼 일하는 건 아니어도 많은 작품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