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윈스터즈'의 주인공 사만다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26일 오후 서울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엣나인필름
쌍둥이 자매가 태어나자마자 미국과 프랑스로 입양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25년의 시간을 보낸 이들 자매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서로를 알게 되고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인간극장'에서 볼 법한 눈물나는 감동 스토리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 자매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눈물이 날 법한 장면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영화는 끝까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며 가족의 의미와 입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만든다. 다음달 3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내한한 '트윈스터즈'의 실제 주인공 사만다 푸터먼과 아나이스 보르디에 자매를 지난 26일 서울 아트나인에서 만났다.
영화 '트윈스터즈'의 주인공 사만다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26일 오후 서울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엣나인필름
영화는 페이스북을 통한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극적인 상봉, 그리고 한국을 찾아가기까지의 여정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던 사만다와 프랑스에서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와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던 아나이스는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주변 친구들의 권유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담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트윈스터즈'의 출발점이 됐다.
영화는 가족과 입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극중에서 사만다는 자신의 어머니가 다섯 명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낳아준 생모, 한국에서 자신과 아나이스를 키워준 두 명의 위탁모, 그리고 미국에서 자신을 키워준 양어머니와 아나이스의 양어머니 모두 자신의 '어머니'라는 것이다.
혈연 중심의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에서는 다소 낯설고 신기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만다는 "미국에서는 이혼한 부모가 많기에 이런 엄마의 개념이 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혈연으로 엮인 가족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내게는 나의 인생에 받아들이겠다고 결정한 사람 모두가 가족이다. 사랑이 많은 건 나쁘지 않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를 밝혔다.
입양에 대해서도 영화는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사만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보여드리고자 한 것일 뿐"이라며 "긍정적이고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입양의 밝은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 아나이스는 "우리 영화가 슬플 것이라고 생각한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그렇지 않고 밝은 영화구나'라고 말해줄 때 기쁘다"고 덧붙였다.
아나이스는 미국에서 양부모와 두 오빠 사이에서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라났다. 영화 속에서도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말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사만다는 "평소에도 엎질러진 물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았다. 아나이스를 만나면서 이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며 "아나이스와의 만남을 통해 내게 주어진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고마운지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어릴 적 외동딸로 자라난 아나이스는 사만다와의 만남을 어릴 적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느낀 외로움을 이겨낸다. 아나이스는 "지금도 사만다와 매일 문자를 주고 받고 있다. 가끔은 시차 때문에 답장이 바로 안 올 때가 있어서 짜증을 내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제는 어렸을 때의 외로움은 싹 사라졌다"고 환하게 웃었다.
영화 '트윈스터즈'의 주인공 사만다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26일 오후 서울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엣나인필름
이들 자매는 입양을 결정한 부모, 입양을 받아들인 부모, 그리고 입양된 아이 모두 "용감하며 특별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를 입양하는 부모는 훌륭한 부모입니다. 내가 낳은 아이든 입양한 아이든 아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부모라는 것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그런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용감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입양된 아이들에게는 '너희는 특별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아이를 입양 보낸 부모가 가장 용감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아이를 원치 않아서 그냥 버린 부모는 없을 거예요. 아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끔 내린 최선의 결정을 해준 것에 감사하고 싶습니다." (아나이스)
"아나이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요. 저 역시도 입양된 아이들에게는 '너는 독특한 존재이고 너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사만다)
영화 '트윈스터즈'의 주인공 사만다 푸터먼(왼쪽)과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26일 오후 서울 아트나인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