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지난 25일 '고객 감사·함께 멀리 선포식'에서 "(한화생명은)올해 자산 100조 달성을 계기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고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명실상부 '세계 초일류 보험사'로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시장은 포화상태다.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 이미 전 국민의 90% 가까이 가입되어 있다. 신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진출은 '생사(生死)'의 문제다."
올해 보험업 최대 화두는 해외시장이다. 그간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 국내 대다수 보험사들은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과연 올해 보험사들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플러스 성장을 이룰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생명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본사에서 열린 '고객감사, 함께 멀리 선포식'에서 자산 100조원 달성 축하와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담아 '세계 초일류 보험사'로 성장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글로벌 시장에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국내 생보사 중 가장 많은 국가(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해외영업법인을 운영 중이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09년 국내 생보사 가운데 최초로 진출한 베트남 법인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꼭 필요한 인력을 제외하고, 대다수 현지인을 보험인으로 채용해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법인장 외에는 최고영업 관리자와 재무담당자까지 현지인을 쓸 정도로 철저한 현지화 경영을 추구했다. 덕분에 지난 2009년 약 22억원 수준이던 실적은 현재 6배 이상 늘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은 올해 7년차를 맞아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이외에도 중국법인은 저장성 내 외자사 1위 달성을 추진하고 상하이·장쑤성 등 신규 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도네시아법인도 방카슈랑스 제휴 등 판매 채널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 중국 현지 유력 보험사의 지분인수로 '우회 전략'을 택했다. 동부화재는 중국 안청보험 지분 15%와 베트남 PTI보험 지분 37.3%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과거 해외진출 보험사들은 현지에 지점을 내거나 사무소를 차리는 등 직접적인 진출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시간과 돈만 허비할 뿐 실이익은 거두지 못했다"며 "이에 동부화재는 현지에 자리잡은 보험사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전략으로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보험업계는 연초부터 저금리 기조 장기화, 글로벌 증시 불안 악재 등으로 경영난을 호소한다.
삼성화재는 이달 기업설명회를 열고 올해 순이익 목표는 지난해 대비 11.2% 늘은 8700억원 규모다. 일시적인 주식 매각 손실 등을 제외하면 손익 목표를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어서 투자 부문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업계 우려가 나온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올해 수익률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손해보험사에 비해 더 많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저금리 여파가 변액보험 준비금 폭탄으로 돌아와 지난해 4·4분기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사들의 실적이 휘청였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4·4분기에 1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며 "금리 하락으로 1700억원대 변액보증 준비금이 추가로 적립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보험사들은 이처럼 국내 보험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보험상품 수요가 상당 부분 충족되었고 인구수 감소에 따른 신규 보험가입자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이는 결국 보험사들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기에 각 사는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올해 금융당국도 정책적 지원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국내 보험업계가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보험사 해외진출을 도울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보험상품 자유화 등 오는 4월 초까지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