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36)하면 로맨틱 코미디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전역 후 첫 작품으로 '김종욱 찾기'를 선택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보는 예상과 달랐다. 사회성 짙은 '도가니'에 이어 그리고 온몸으로 외로운 액션을 펼친 '용의자'로 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버라이어티한 30대를 보내고 싶다"는 말처럼 공유의 필모그래피는 점점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지난달 25일 개봉한 '남과 여'(감독 이윤기)는 공유가 2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핀란드에서 우연히 만나 한순간 강한 끌림을 느낀 두 남녀가 서울에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영화다. 공유는 건축가 기홍 역을 맡아 디자이너 숍을 운영하는 상민 역의 전도연과 호흡을 맞췄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멜로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남과 여'는 그런 제 마음에 일치하는 작품이었어요. 더구나 상대 배우가 멜로영화로 인정 받은 전도연 선배님이잖아요. 다른 걸 고민할 여지가 없었죠. 이윤기 감독님 시나리오는 여백이 많아요. 전도연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돼 있다 보니 그 여백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어요."
오랜만에 만난 멜로지만 감정의 농도는 전보다 더 깊어졌다. '남과 여'는 사실 표면상으로는 불륜 이야기다. 두 주인공인 기홍과 상민 모두 각자 가정이 있고 아이도 있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제목처럼 순간의 끌림에 이끌리는 두 남녀의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내밀하게 따라간다. 공유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바로 이 섬세한 감정의 결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우려도 있었어요. 인터뷰에서 불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오해와 왜곡의 여지가 있을 것 같아 대답하기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저는 '남과 여'를 그냥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만난 낯선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다 비슷한 부분을 발견하면 연민 같은 교감이 일어나고요. 기홍과 상민의 첫 만남이 그런 거라고 봐요. 저 역시도 그런 감정들이 도화선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고요."
영화 속에서 기홍은 '애매한 남자'로 묘사된다. 무언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성격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공유는 수동적인 기홍이 상민을 만나 변하는 모습을 곧 사랑이라고 이해했다. "사랑하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기홍에게는 그 상대가 상민이었죠.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변하는 경험을 저 역시도 해봤으니까요."
누군가는 상민 앞에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뒤흔드는 기홍을 나쁜 남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영화 후반부, 상민과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기홍의 모습 또한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둔다. 하지만 공유는 "기홍의 사랑은 현실도피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공유는 기홍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홍과 상민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엔딩 장면을 찍을 때 공유는 유난히도 마음이 답답했다. "감독님에게 힘들다고 말했어요. 가슴은 울음을 터트리고 싶은데 그 순간 기홍은 그럴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기홍이 남을 생을 정말 힘들게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루도 두발을 못 뻗고 잘테니까요." '남과 여'는 정답이 없는 멜로영화다. 공유가 바라는 것 또한 이 영화가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감정으로 다가가는 사랑 이야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공유는 지난 한해를 영화 촬영장에서 보냈다. 핀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남과 여'를 촬영했고, 곧바로 '부산행'에 뛰어들어 재난 현장을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지금은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을 촬영하며 일제강점기를 살아가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 다양성이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는 그는 매 작품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선택해 필모그래피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현장에만 있다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그리워진다"는 공유의 2016년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