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지난달 26일 출자관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산은캐피탈 매각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같은 산하 금융자회사인 KDB생명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산은은 앞서 KDB생명의 매각을 두 차례 시도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은 바 있다.
업계는 올 상반기 산은이 산은캐피탈의 매각을 완료한 이후 하반기부터 KDB생명의 매각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 등 매물로 나온 생명보험사가 많아서다. 또 KDB생명 자체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란 평가가 시장 내 전반적인 분석이다.
KDB생명은 지난 2014년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이 진행됐다. KDB생명은 애초 KDB대우증권과 패키지 매각을 시도했으나 산은이 아닌 계열사의 사모펀드가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해 관계자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해당안이 무산됐다.
KDB생명 하반기 매각설은 앞서 KDB생명의 최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PEF가 펀드 만기를 오는 2017년 2월 4일까지로 연장하면서 불거졌다. KDB생명 펀드 만기가 연장됨에 따라 산은이 재매각 작업에 착수할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상반기 산은캐피탈에 대한 매각을 마친 후 KDB생명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은 KDB생명에 대해 무관심한 상태다. 알리안츠생명, PCA생명 등 KDB생명 보다 매력적인 생보사가 다수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KDB생명은 지난 2014년도부터 매각이 지연되면서 시장점유율과 함께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에는 인터넷보험 시장에서 업계 선두 자리를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내준 상황이다. 실적 역시 감소세다. 지난해 1·4분기 48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KDB생명은 같은해 2·4분기에 38억원으로 급감했고 3·4분기엔 11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은 현 상황 뿐만 아니라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며 "온라인 보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KDB생명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보험 슈퍼마켓 '보험다모아' 출범과 함께 다수 보험사가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신규 활로를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KDB생명의 매각을 질질 끌어온 산은의 책임론을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KDB생명에 투자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을 미루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전했다.
KDB생명은 산은과 사모펀드 KDB칸서스밸류가 최대주주다. 산은은 지난 2010년 이후 KDB생명에 유상증자 등을 포함 총 8500억원을 투자했다. 산은 입장에서는 KDB생명 경영 정상화를 통해 매각가를 1조원까지 끌어올려야 손해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9월 두번째 매각 시도 당시 DGB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였지만 매각가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매각에 실패했다. 또한 산은은 대우증권 매각 당시 KDB생명을 패키지딜에서 제외했다. KDB생명을 포함시킬 경우 대우증권의 매각도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KDB생명의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과도하게 감싸안다보니 시장 관심이 떨어진 상태"라며 "산은의 KDB생명 과보호가 매각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