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지난달 23일 시작된 더민주당의 국회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막을 내렸다. 47년만에 재연된 무제한토론은 많은 화제와 기록을 남기고 논란도 야기했다. 하지만 과거 흔히 벌어지던 여야의 극렬한 몸싸움을 피한 것으로도 일단 큰 수확이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가리켜 종종 '어린 민주주의'라고 비꼬는 목소리가 들리곤 했다. 국회에서 대화와 토론이 실종되고 걸핏하면 날치기나 극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악습을 걷어내고 말의 성찬을 이뤘으니,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셈이다. 이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도 끝까지 기다려준 여당의 인내도 칭찬 받기에 부족하지 않다.
무제한토론을 종결하자는 당지도의 방침에 대해 더민주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다. 이 때문에 당내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종결발표도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강경파들이 보기에 모처럼 정부여당에 대해 나름대로의 힘을 보여줄 좋은 기회였는데, 중도에 끝내는 것이 몹시 아쉬웠으리라 본다. 게다가 여당에 제시한 요구사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미련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원내 소수당인 처지에 다수당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는 예정대로 치러져야 한다. 이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문제는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고 지지를 구하면 된다.
정부도 야당의 비판과 저항이 이토록 강력하게 제기됐으니 테러방지법을 무리하게 시행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정원이 감청과 계좌추적 권한을 따내기는 했지만, 그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정원에 그런 부담감을 한껏 각인시킨 것만으로도 이번 무제한토론은 성공한 셈이다. 현명한 사람은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안다. 물러나기로 했으면 더 이상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대신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이는 경제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제시하는데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신한 정책으로 승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