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박근혜정부가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노동개혁이 폐기 위기에 처했다. 2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가 7일 현재 나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 신경전으로 본회의 개의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4·13 총선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 폐기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오후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연이어 방문, 노동계 현안을 청취하는 등 표심 잡기에 나서면서 노동법의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중 내놓을 청년·여성 고용 대책 및 노동개혁으로 노동시장구조의 경직성을 해소함으로써 일자리 위기 극복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지만 야권의 비협조로 이 같은 계획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vs비정규 양산…한 치도 못좁힌 여야
애초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부터 노동개혁 5개 법안(근로기준법개정안·고용보험법·기간제법·파견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일괄 처리를 주장해왔으나 비정규직을 대거 양산할 것이란 야권의 반발로 평행선을 좁히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정부는 이후 가장 이견차가 컸던 기간제법을 제외, 노동4법을 우선 처리하자며 한발 물러섰지만 파견법 역시 근로자 보호가 어렵다는 이유로 더민주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주조·용접 등 뿌리 산업 등에 대한 파견허용 확대를 골자로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55세 이상 파견을 허용하면 은퇴중장년(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전문성을 살리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기 은퇴에 내몰린 이들 세대가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실을 막자는 취지다. 이 같은 노후 빈곤문제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기업의 인력난 해소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더민주는 파견법이 근로조건을 더 열악하게 한다면서 이 법안을 '비정규직 확대법'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사실상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더민주의 김기준 원내대변인은 이날 언론에 파견법이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고, 비정규직을 늘리자는 법"이라면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의 지속적인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의 전향적인 검토가 없음을 지적하며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파견법으로 인한 여야 신경전으로 근로자 모두에게 유익한 나머지 근로기준법과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개정안 역시 발목이 잡혀 있다.
◆"노동법 외면…국민 위한 일 아냐"
박 대통령은 2월 임시국회 종료가 임박, 3월 임시국회도 사실상 기약이 없게 되면서 법안 처리에 손 놓은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국회가 일자리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번 국회에서 입법을 매듭지어 주기를 바란다"며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때마다 필요에 의해 구호로만 외치는 모순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쟁점이 되는 파견법에 대해 "구인난, 구직난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노인빈곤을 줄여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민생법안"이라며 "파견법 개정을 통해 일본과 독일은 이미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만3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국민들과 중소기업 대다수가 찬성하는 파견법이 하루라도 빨리 통과돼야 하는 이유"라며 "노동개혁 입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자리를 늘려주고 고용을 안정시켜주는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는 법으로,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