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둘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乘)이라고 한다. 전세계의 원자보다 많은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바둑의 고수가 인공지능과 대결한다고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이 9일부터 5차례 인공지능 '알파고'와 벌이는 바둑 대국은 승부를 떠나 그 자체로 이미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알파고는 2014년 1월 영국의 인공지능 기업 딥마인드가 개발하고 구글이 발전시켜온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의 무작위 데이터 대입으로 인간이 즐기는 게임을 얼마나 해낼 수 있을까 회의하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미 유럽의 바둑챔피언까지도 완파하면서 역량을 과시한 바 있다. 자신감을 얻은 알파고가 이번에는 당대 최고의 기사에 도전했으니 흥미있는 이벤트라 아니할 수 없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도 8일 말했듯이, 바둑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게임이다. 수싸움은 물론이고 직관력과 형세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한 판의 대국이 진행된다. 때문에 컴퓨터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로 간주돼 왔다. 그런데 그런 선입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장을 내민 것 자체가 인공지능의 발전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알파고는 지금까지 매달 100만회의 대국을 치렀고, 축적된 기보만도 3천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사실은 그런 연습과정 자체가 인공지능 발전과정이다. 이번에 이세돌 9단과 치르는 대국에서 패배한다고 해도, 그간의 발전성과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같은 인공지능의 발전경험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과 연구개발을 통해 적용분야를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 의료 환경 등 인공지능의 손길을 기다리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때마침 독일의 BMW자동차가 인공지능자동차를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인공지능 개발과 산업화를 위한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개발에는 단순히 상업적인 능력 뿐만 아니라 기초학문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산업계 및 학계는 우리나라 인공지능 개발의 현주소를 함께 점검하고 향후 청사진을 마련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