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부모 세대들이 제 때 할 일을 못해줘서 아들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어버리게 하고 있어 고개 들기가 미안할 따름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9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진 민·당·정 입법촉구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일자리 주무장관으로서 벽을 보고 호소하는 것 같아 깊은 자괴감이 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로 노동개혁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 대해 호소와 압박을 동시에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 등 11개 경제단체 및 연구기관 임원들을 초청해 재계로부터 현장의 어려움과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이들의 입을 빌려 국회 문턱에 발목이 잡혀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4개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역설, 대야 압박에 나선 셈이다.
간담회를 주최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처리를 위해 야당과 입법 전쟁을 벌인 지 1500일이 넘었지만 야당 반대로 처리가 지연되며 경제 활성화법이 경제죽이기법이 되어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이 쟁점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강한 어조로 국회를 압박했지만 야당이 눈귀를 닫고 정부에 책임 뒤집어씌우기에 급급하고 있다"며 "경제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라가 기울어도 남의 나라 국민인 양 행동하고 있다"고 핵심 법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한 재계인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고 운을 뗀 뒤 "민생법안 처리 없이 4·13 총선에 돌입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배반이다. 민생법안 처리는 선거직전까지라도 처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와 재계에서도 정치권을 향한 답답한 심정과 쓴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국민이나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달리 국회에선 경제법안 관심에 대한 온도차가 큰 것 같다"며 "특히 야당에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과거와 같이 '이번에도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가진 듯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은 "능력과 일한만큼 보상받는 성과주의 사회로 나가야 한다. 노동법과 서비스법이 신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고용노동부장관을 지낸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일자리는 양보다는 질이라고 하지만 지금처럼 국내외적으로 수요가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이라면서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봐야한다며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 새누리당에서는 김 정책위의장과 조 원내수석부대표가, 정부에서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 등 각종 경제단체 임원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